불 붙은 '으뜸가전' 시장 더 커진다

정부, 1천500억원 추가 예산 지원...친환경·고효율·경제활성화 1석 3조

홈&모바일입력 :2020/07/08 15:24    수정: 2020/07/08 22:25

올해 가전구매 최우선 기준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이 불을 댕겼다. 이는 11개 가전 품목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면 구매 비용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개인별 최대한도는 30만원까지이다.

이 제도는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시행 3개월 만에 당초 예산 1천50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3차 추경안이 심의·확정됨에 따라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에 1천5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받은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1등급 가전, 왜 좋을까

우선 1등급 가전은 친환경에 좋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3~6월 중 판매된 고효율 가전제품을 통해 연간 약 4만2천500MWh의 에너지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인으로 구성된 약 1만1천300가구의 1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가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실제로 기업들의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7개 국내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의 으뜸효율 환급대상 가전제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3배 증가했다.

이번 3차 추경안 예산 증액으로 총 3천억원의 사업이 된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은 10%의 환급을 감안했을 때, 약 3조억원 규모의 고효율 가전 판매를 지원하는 셈이다. 이는 2019년 국내 가전 판매액(24.9조원)의 약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 1등급 ‘뜨는 별’은 건조기, TV

에어컨, 냉장고와 달리 고효율이 핵심 경쟁력이 아니었던 건조기, TV 등도 1등급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가전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1등급 건조기와 TV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후속작 개발에도 한창이다.

LG전자가 26일 편리한 스팀기능과 1등급 에너지효율을 갖춘 16kg 용량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신제품을 출시한다. (사진=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너지 1등급 건조기 신제품을 지난달 26일 나란히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그랑데 건조기 AI’(16kg, 14kg) 출시에 이어, 9kg 건조기까지 1등급으로 내놓았다. LG전자도 1등급 16kg 용량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를 선보였다.

1등급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었던 TV도 라인업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삼성 QLED TV와 LG 나노셀 TV, 삼성 크리스탈 UHD TV, LG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1등급의 TV를 선보이고 있다.

■ 에너지 1등급 가전, 성능도 1등급일까

TV의 경우 성능이 높은 프리미엄 모델일수록 1등급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LG전자 OLED TV는 1등급이 없다. 통상적으로 OLED TV보다 LCD TV가 에너지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TV의 밝기,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이 더해지면 이에 따라 소비전력량이 증가한다.

삼성전자 모델이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프리미엄하우스에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인 9kg 건조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건조기는 TV와 사정이 다르다. 성능 저하 없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등급 그랑데 AI 건조기는 히트펌프방식 건조기의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 면적 약 40%, 컴프레서 압축실 용량 26%을 기존보다 키워 효율을 높였다.

또 건조기는 TV와 달리 코스를 선택할 수 있기에 성능 저하가 필요 없다. 각 사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코스 중심으로 1등급 인증을 받는다. 대신 다른 코스를 통해 소비전력량이 많이 드는 고성능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

■ 에너지효율 올린 만큼 값도 올렸나

1등급 가전은 5등급보다 약 30~40% 에너지가 절감돼 2배 정도 전기요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1등급 인증을 받은 65인치 TV의 연간 에너지 비용이 2만2천원 수준이라면 같은 크기의 4~5등급 OLED TV는 5만원대가 넘는다.

하지만 에너지효율이 오른 만큼 가격이 높아진다면 소비자는 경제적으로 손해다.

업계는 1등급을 두고 수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리고 싶어도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없다고 전한다. 오히려 1등급에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더 합리적으로 살 수 있다는 조언이다.

모델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받은 2020년형 'LG 나노셀 TV(시리즈명: NANO87)'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이 더 저렴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출시된 2020년형 ‘LG 나노셀 AI 씽큐’ 55인치의 가격은 189만원이지만, 6월에 출시된 1등급을 갖춘 같은 크기의 LG 나노셀 AI 씽큐 신제품 출하가는 159만원이다.

■ “친환경·고효율은 어차피 가야 할 길”

지구온난화 현상 등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친환경’과 ‘고효율’은 성능만큼이나 가전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가전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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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리미엄 가전 영역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고가 1천만원대 프리미엄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전모델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으로 출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과 고효율은 어차피 가전업계가 가야할 길이었다”며 “미래 소비자층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정부가 으뜸효율 환급제도를 통해 고효율 제품을 지원해주니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