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파괴 시대의 생존, 민첩성에 있다

임진식 아마존웹서비스 머신러닝솔루션랩 APAC 총괄

전문가 칼럼입력 :2020/07/07 16:23

임진식 총괄

오늘날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시대에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기업의 이사회는 임원진에게 오늘날의 디지털 파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물어보아야 한다. 설령 아직 디지털 파괴에 직접적으로 직면하고 있지 않은 기업 일지라도, 머지않아 이러한 흐름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운에 맡기거나 현상 유지로 대응하는 것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임진식 AWS 머신러닝솔루션랩 APAC 총괄

여기서 ‘디지털 파괴’란 무슨 뜻인가? 요즘 상황을 보자. 경쟁사들은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신기술, 데이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동시에 고객의 취향과 요구사항 및 기대수준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그 결과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가 익숙한 속도 보다 더 빠르게 바뀔 것이다. 진입 장벽은 계속해서 더욱 낮아지고, 심지어 중공업과 같이 진입 장벽이 높던 분야에서도 로봇 공정 자동화(RPA) 및 IoT 센서와 같은 공장 자동화, 디지털 인터랙션, 소비자 선호도 변화, 경쟁사의 대규모 제품 확장 등과 같이 기존 기업에 위협이 되는 요인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기업에 잠재적 위험 요소이기는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취향이 바뀐다면, 경쟁사보다 먼저 이를 파악해 제품을 바꾸면 된다! 고객이 디지털 인터랙션을 원한다면 우수한 디지털 인터랙션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면 된다! 경쟁사나 일부 열정 넘치는 스타트업보다 시장 변화에 더 잘 그리고 더 빨리 대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기존 기업들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비교적 잘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며, 올바른 문화를 구축하고, 적절한 통제 방안을 갖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존 기업이 새로운 기회 포착과 경쟁사 조치에 대응하거나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대처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기존 기업은 그동안 해오던 것들의 일부를 바로잡아 되돌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상태로 되돌리기’와 ‘다시하기’가 바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려운 과정이다.

디지털 파괴의 파고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민첩성(agility)이다. 민첩성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대응해야 할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혁신적인 대응안을 마련하며, 선택한 대응안에 대한 검증 및 정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 재빨리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위험도를 최소화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성과를 거둘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다.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는 민첩성을 저해하는 여러가지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안전성(stability)의 측면에서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에는 세부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위험에 대처해 왔다면, 이제는 신속한 실험과 가설 테스트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완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거에는 회사의 중요한 분야와 관련한 전문가(specialist)들을 고용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채용해야 한다. 그동안 더디고, 비싼 투자 관리를 위한  지배구조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규제준수, 보안, 재무적 책임을 유지할 수 있는 가드레일 내에서 실행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 이상할 정도로 우리는 대규모로 투자한 기술 프로젝트가 수년이 걸리거나 예산을 초과하고,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현상에 익숙해져 있다. 이상하다고 표현한 것은 모든 투자 중에서 소프트웨어의 경우 가장 빠르면서도 위험이 낮은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구축 작업은 공장을 짓는 것처럼 자본 집약적인 초기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것은 공장 생산라인의 생산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제는 머신 러닝, 애널리틱스(analytics), 증강 현실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클라우드에서 조달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보다 바꾸거나 만들기 쉽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IT 하드웨어도 위험부담 없이 신속하고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우드 덕분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은 필요한 물리적 자원들을 바로 조달하고 언제라도 즉각적으로 인프라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디지털 파괴 시대의 생존에 필요한 민첩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IT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접하면 의아하다. 하지만 기업이 수십년 동안 구식 기술에 기반한 IT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변화하는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가는 것에 급급해 주먹구구식으로 기술을 도입해 온 것을 알게 된 뒤에는 놀라지 않게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왜 기술이 종종 조직 민첩성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 알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전통적으로 엔터프라이즈들은 IT 프로젝트를 대형의 모놀리딕(monolithic) 프로젝트로 조직해 실행해 왔다. 이렇게 프로젝트가 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지배구조, 감독, 프로젝트 관리 절차를 수립해 왔다. 반면, 맥도날드는 클라우드 위에서 홈 딜리버리 모바일 앱을 불과 4개월만에 구축했다. 여러분의 회사라면 요건 수집 및 문서화, 비즈니스 케이스 작업 및 승인, 프로젝트 팀을 위한 사무 공간 마련, 프로젝트 계획 수립, 그 밖의 기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일을 4개월 만에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기술이 민첩성 확보의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민첩성 자체가 과거에는 그다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역량 구축에 투자하는 것과 민첩성 강화 중 여러분의 회사는 과거에 어떤 것을 선택했나? 민첩성을 직접적인 비즈니스 성공으로 연관 짓기도 어려웠다. 민첩성에 대한 투자는 저비용, 저위험 및 빠른 속도로 실행하는 역량에 미리 투자하는 것이라 하겠다. 본질적으로 민첩성에 대한 투자는 ‘옵션’ 구매에 대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지난 수 년간 IT 예산에 대한 삭감 압력이 계속됨에 따라 민첩성에 대한 투자도 많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 민첩성에 대한 비용 부담은 현저히 줄어 들었다. 이제는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잘 정립된 데브옵스(DevOps)와 같은 방법론, 수많은 오픈 소스 옵션을 비롯해, 민첩성을 가로막는 벤더 관계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AWS의 데이터베이스 프리덤(Database Freedom)과 같은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다. 민첩성 확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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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기술적 민첩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IT 비즈니스 사례와 지배구조 관리 방식을 조정함으로써 비즈니스 민첩성을 구축해야 한다. 즉,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 전문가들과 그들의 창의적 역량을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환경 변화의 대다수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이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툴을 능수능란하고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괴 시대의 생존 방법은? 유일한 방법은 민첩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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