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성장금융이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쌓은 기술 경쟁력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분야로까지 확장시켜 지원한다는 계획하에,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1차 사업에 참여할 2개의 운용사를 선정했다.
두 운용사는 총 500억원의 출자금을 활용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키우고, 글로벌시장 진출과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산자부·중기부 등 미래산업 핵심부품 ‘시스템반도체’에 투자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한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약 1.5배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경기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분야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 연산 제어 등 정보처리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우수 설계인력과 기술이 핵심이다. 미국의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상위 10개 기업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나 인텔 같은 종합반도체기업에서도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이 분업화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의 핵심부품이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향후 10년 간 1조원 이상 투자하는 등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 달성, 2.7만 명 신규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하반기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헬스, 미래형자동차 분야 연구개발(R&D)에 20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 1천억 규모 시스템반도체 투자 펀드 조성...“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 집중 투자”
이 같은 국가 차원의 기조에 발맞춰 한국성장금융도 반도체 전문 분야 펀드에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5조원 모펀드를 조성해 15.7조원, 166개 자펀드를 조성했다. 2017년 이후에는 반도체성장펀드를 결성해 창업, 성장, M&A 등 기업의 성장단계별 하위펀드 조성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유도해 왔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라는 악조건 하에서 반도체성장펀드 투자를 통한 소재 국산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성장금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500억원, SK하이닉스가 300억원, 성장사다리펀드가 200억원씩 각각 출자(총 1천억원, 2년 사업)했으며, 이 투자금은 국내 중소, 중견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750억원 출자에 이어 이번 800억원을 출자하여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30여년 반도체 산업과 발전에 이바지한 단체인 반도체산업협회와의 협업으로 선정 기업들에게 시스템반도체 업계 동향과 시장현황 등 전문적인 자문 업무를 제공할 계획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 250여개 사를 회원사로 보유한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조사, 분석 수행기관이다. 협회는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의 자문기관인 시스템반도체상생협의회를 조직, 운영하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 5월 ICT 수출 2.6% 감소…반도체↑ 디스플레이↓2020.06.14
- 정부, 바이오·시스템반도체·미래차 집중육성2020.06.01
- 중소·중견 R&D용 5천억 규모 ‘기술혁신 전문 펀드’ 조성2020.03.11
- 소부장 글로벌 전문기업 50개, 지역대표 중견기업 100개 육성2020.02.26
한국성장금융은 총 1천억원 이상 규모의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중 700억원 이상을 시스템반도체와 파워 반도체 설계 분야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주목적 투자 이외의 투자 분야도 반도체 연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에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유관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지유투자와 피앤피인베스트먼트에 총 500억원을 출자한다. 이번 공모에는 5월20일 접수 결과 9개사, 7개 컨소시엄이 접수해 3.5:1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조성을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향후 예정인 2차 사업에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운용사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