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2분기보다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5일 대한상의는 소매유통업체 1천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분기(66)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모든 업종이 여전히 100 이하를 기록했다.
■ 소비심리 5월부터 회복세…백화점·편의점 높은 상승폭
3분기 RBSI 지표가 일부 개선된 것은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한데 기인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2월부터 연속 하락하던 지수가 4월 최저점을 찍고 5월부터 소폭 회복하며 6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통계청의 ‘5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4.6% 증가했고, 산업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결과 또한 전년동월 대비 2% 증가하는 등 각종 지표에서 소비심리와 실적 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업태별 전망치를 보면 업종에 따라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높은 상승폭을 기록해 2분기 위축에서 한 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소폭 상승에 그쳐 3분기도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백화점은 모든 업태중 가장 높은 상승폭(32p)을 기록하며 업황 개선 전망이 강했다. 백화점 업종은 2월부터 4월까지 매출이 바닥을 칠 정도로 침체가 깊었지만, 최근 ‘동행세일’과 ‘면세품 국내판매’ 등과 같은 판촉행사를 통해 매출 반전을 이뤘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며 의류 및 화장품 등 패션잡화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편의점도 매출 신장과 계절효과 기대에 힘입어 큰 상승폭(27p)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 두 번째로 높은 부정적 전망치(55)를 보였으나,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인한 매출 증가와 함께 모바일 주류(와인) 판매 허용(4월)이 새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여름은 음료 판매가 증가하고 심야 활동이 많아져 편의점의 성수기이기도 하다.
대형마트는 지난 분기 역대 최저 전망치(44)를 기록, 3분기(51) 회복 전망도 어둡다. 영업 시간제한 및 의무 휴업과 같은 규제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슈퍼마켓의 3분기 전망치는 71로 8p 증가에 그쳤다.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 확대 등 영향이다. 온라인·홈쇼핑은 모든 업태들 중 가장 높은 전망치(97)를 기록했다. 생활․가구와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으로 가전의 매출도 증가세다.
■ 사스 'V자', 신종플루 'U자', 메르스 'L자' 회복…3Q가 전환점
역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국내 소매유통업 전망추이를 살펴보면 사스(’02)와 신종플루(’09)는 최저점을 찍은 후 두 번째 분기에 반등(100이상)에 성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메르스는 낙폭 이후 반등에 실패하고 줄곧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추세로 고착화됐다.
메르스의 경우에는 높은 치사율(35%)로 인해 불안심리가 이전 두 사례에 비해 크게 작용해 소비심리도 좀처럼 회복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종플루는 국내 감염자 수(76만명)는 매우 많았으나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지 않아 불안심리는 제한적 이었다.
코로나19는 빠른 확산속도로 전례 없는 소비심리 위축을 발생시켰으며, 지역내 감염과 무증상 감염 등이 여전히 경제활동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3분기 전망치는 침체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번 분기에 강도 높은 소비활성화를 통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4분기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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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의 각종 규제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는 “소비진작 정책은 소상공인들과 지역상권 보호에는 성과가 있었으나,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온라인 판매금지 품목 허용,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완화, 의무휴업일 및 영업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을 통해 유통업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정부의 내수진작 대책 영향 등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실적으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복 추세를 위해 정부의 추가 경기보강 정책이 적기에 실행될 필요가 있으며, 유통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뒤따라야 소비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