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協 "특금법 신고 대상 거래소·수탁업체로 좁혀야"

FIU에 특금법 시행령 의견 제안서 제출

컴퓨팅입력 :2020/07/01 17:26    수정: 2020/07/01 18:54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가 신고 대상을 거래소와 수탁보관 서비스 업체로 한정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조건이 까다로워 신고대상 업체가 지나치게 넓을 경우 산업 전반에 큰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1일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령 개정 제안'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개정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받고, 일정 조건을 갖춰 FIU에 신고한 후 영업해야 한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신고수리 기관인 FIU가 현재 원활한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이에 협회는 지난 4월부터 시행령에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운영해 왔다.

이번에 제출한 의견 제안서는 TFT를 통해 수렴한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신고 대상 범위 확정 ▲신고 불수리 사유 구체화 ▲실명확인계좌 개설 기준 명확화 ▲국제 표준 마련 전까지 트래블룰 적용 유예 등이 담겼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특금법 시행령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 FIU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우선 업계는 특금법 상 신고제의 대상이 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 자금세탁 위험 수준을 고려해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자금세탁방지 관리가 필요한 거래소와 수탁보관 업체로 한정되기를 바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가 국내 500개 이상인 데 모두 신고를 받게 한다면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법 시행이 어려울 수 있고, 모든 업체가 까다로운 신고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금법 세미나에서 이종구 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업체에 대해 신고를 받을지는 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유형에 따라 필요한 곳만 신고를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업계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 시 유형별 특성과 사업의 기능, 금융거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주요 국가의 입법례에도 거래소, 수탁보관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 한정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ISMS·실명확인계좌 모든 업체가 필요한가?...신고 불수리 사유 구체화 필요

업계는 신고 불수리 사유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에 대해서도 대상 사업자를 확정하는 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개정 특금법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과 ISMS의 획득 여부를 신고 수리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ISMS 획득 여부는 고객 자산을 예치·수탁보관하는 사업자에 한정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SMS 인증의 목적이 고객의 자산 보호와 피해 예방에 있기 때문에 관련된 사업자에 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실명확인계정에 대해서는 원화거래를 하는 거래소에 한정해 요구하고, 계정 개설을 은행뿐 아니라 여타 금융 기관을 통해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명확인계정은 법문상 정의에 비춰 보더라도 국내에서 원화거래를 하는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 맞고, 계좌 개설 주체도 금융실명법상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설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라면 충분하므로 굳이 은행에 한정할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실명확인계정 개설 조건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 줄것도 요청했다.

실명확인계정 보유 여부는 신고 불수리 요건이면서 직권말소 사유에 해당한다. 즉,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실명확인계정을 개설해 주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계정을 제공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부담을 느껴 계정 개설에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데 있다. 현재 실명확인계정을 보유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이다.

이종구 위원장은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있고 가상자산 사업자는 사업 자체를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가상자산 업계와 은행, FIU가 함께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룰, 국제기준 마련 전까지 유예 필요

개정 특금법에는 기존 금융거래에 부과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금융거래 등'으로 수정해 가상자산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이에 가상자산 사업자도 기존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일정 금액 이상을 송금하는 경우 이에 자금을 보낸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의 정보까지 파악해야 한다. 자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로 '트래블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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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래블룰을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가상자산 거래는 국경에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표준이 만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메시지 표준을 섣불리 적용했다가 나중에 시스템을 다시 개발해야 하는 등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이종구 위원장은 "업계에서는 특금법이 일종의 규제가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발전과 사업활동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의견 수렴을 위한 공식적인 채널을 마련해 일관성, 객관성, 예측 가능성 있는 시행령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