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핀테크 '와이어카드' 분식회계 논란...금융당국 책임론 부상

기업 재무보고 감시 소홀...법인 회계 규제 개선 착수

금융입력 :2020/06/29 09:44

독일 결제처리 핀테크 '와이어카드'의 분식 회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일 금융감독당국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회계 규제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은 와이어카드의 부정 회계를 조사하는 인원이 단 한 명뿐이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는 민간단체인 재무회계감사소(FREP)가 정부를 대신해 상장기업의 재무보고를 감시한다. 독일 금융감독당국 '바핀(Bafin)'은 재무회계감사소에 기업 재무보고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후 결과가 나와야 자체 조사를 할 수 있다. 

2019년초 파이낸셜타임즈가 와이어카드 회계 조작 내부 고발자 기사를 보도하자 바핀은 와이어카드 조사를 재무회계감사소에 요청했다. 그러나 조사관 한 명만 담당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다. 지난 4월에 이르러서야 KPMG가 와이어카드 사업의 상당 부분과 아시아 계좌를 점검하면서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FREP는 엔론 회계 파문에 대응해 2004년에 설립됐지만, 인력은 15명이고 예산은 600만유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와이어카드 전경.(사진=블룸버그=게티이미지)

관계자는 "FREP가 기업을 수사할 때 정말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점과, 금융당국이 뒤늦게서야 개입할 수 있다"며 "와이어카드와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10년간 빅4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EY)'의 감사를 받았던 와이어카드의 분식 회계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도 비난받고 있다. 3년 이상 회계법인 EY는 와이어 카드가 싱가포르 은행에 현금을 예치했다고 주장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약 계좌 정보를 요청해 사실을 확인했거나 빅4 회계법인의 감시보고서를 보고 바핀이 조사에 착수했을 경우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마크 리브셔와 볼프강 쉬프 변호사는 지난 23일 독일 연방공화국을 상대로 와이어카드 사건은 '독일 금융감독당국의 실패'라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와이어카드 분식 회계 논란과 관련해 FREP 대신 기업 재무보고서에 대한 조사 권한을 독일 금융감독당국에 가져오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최근 독일 재무부 차관인 쾨르그 쿠키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와이어카드 사태가 보여준 것은 감사인에 의한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불가피하게 현재 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기관들이 현재의 방식을 따라야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와이어카드 사건이 독일 금융서비스 산업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일 정부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와이어카드의 외부 감사인은 최근 와이어카드 자산의 약 4분의 1 수준인 현금 19억유로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와이어카드 전 마커스 브라운 대표가 사임했으며 회사 대차대조표와 매출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분식 회계'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결제처리업체 와이어카드는 지난 3일 뮌헨 법원에 파산 보호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와이어카드는 지난 25일 경영진이 채권단의 이익을 위해 경영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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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검찰은 와이어카드의 전 최고경영자 마커스 브라운을 비롯해, 전현직 최고 경영진들을 수사 중이다.

와이어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5천800명의 직원과 31만3천명의 고객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