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SW진흥법 성공하려면...사업대가 민간 결정과 시행령이 중요

전문가 칼럼입력 :2020/06/23 11:18    수정: 2020/06/23 13:41

이성남 전 NIPA SW공학센터 전문위원

지난 5월 20일 소프트웨어(SW) 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6월 9일 법률로 공포되었다. 그러면 이제 소프트웨어가 진흥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로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SW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산업에서 진흥의 근간이 되며 해당 산업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적정 대가(Cost) 보장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야기되었던 SW사업 대가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지경부 고시 2010-52호(10.2.26) 'SW사업 대가의 기준 재검토'에 의거해 "SW사업에 적용되는 사업대가가 민간 자율로 결정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동 기준을 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시점에 폐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정부 고시로 관리하던 'SW사업 대가의 기준'을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로 명칭만 변경하여 민간(한국SW산업협회)으로 이관, 2012년도부터 민간 자율로 사업대가를 결정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SW진흥법(10조)은 폐기된 이전 SW산업진흥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한국SW산업협회가 적정한 대가기준 연구만 하도록 할 뿐, 대가결정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한국SW산업협회가 매년 발행하는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 의하면, SW개발비 산정의 기본이 되는 기능점수 당 단가(어떤 기능 1개를 수행하는 SW를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가 2014년부터 2019년에 걸쳐 무려 6년간 51만9203원으로 동결됐다. SW업계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한국SW산업협회가 스스로 대가를 6년간이나 동결했을까? 이것이 우리나라 SW사업 대가의 현실이다.

반면, 정부가 매년 두 차례 고시하는 시중 노임단가의 한 예를 살펴보면, 공사장 보통 인부의 노임단가는 2014년 8만4166원에서 2019년 12만5427원으로 6년간 무려 50%나 증가했다.

정부가 특별히 SW사업 대가기준을 별도 고시로 운영하다가, 이를 민간에 이관하여 사업대가를 자율 결정하게 한 것은 SW가 모든 산업 발전에 견인차가 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2010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사업대가 결정 권한을 철저하게 민간(한국SW산업협회)에게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정부가 다시 가져가는 것이 SW 진흥에 더 도움이 된다. 대가가 없는 곳엔 진흥도 없다.

두 번째 이유는 SW 진흥법의 한, 두 개 조항을 제외하고는 정부 당국자 의지만 있으면 실행 가능한 것이고, 또 많은 부분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행령(규칙)에 법 조항 실행을 위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그 효과는 폐기된 SW산업 진흥법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 기관에서 오랜 기간 첨단 무기 SW 개발, 대형 SW R&D 사업관리, 계약 및 SW 정책기획 업무 수행 경험이 있는 필자는 SW 진흥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회 의결 시 작성된 법안의 주요 내용 중심으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SW산업 진흥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 SW산업진흥기관을 지정하고, 금융지원과 SW창업을 지원하는 공동단체에 출연, 출자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있는 것과 유사하며 정부당국자 의지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법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SW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련한 것으로, 계약상대자가 지식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SW 산출물 반출을 요청했을 때 원칙적으로 이를 승인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를 대고 승인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해왔다. 그래서 시행령(규칙)에 불승인 조건을 상세히 언급해 놓지 않으면 의미 없는 제도가 된다.

셋째, SW 연구 및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원시 SW를 공개한다는 것도 기존에 있는 제도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SW공개 문제는 현행 SW R&D 결과물 기술관리 체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법만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넷째, SW 안전확보 조항을 추가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SW 안전을 위해 SW 업체가 추가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에 대한 비용을 대가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이는 오히려 SW 진흥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SW 안전 관련 과업 비용이 반드시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 반영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가기관 등의 SW사업 추진조항에서 요구사항을 상세히 작성하기 위해 분석 또는 설계사업을 분리하여 발주할 수 있다고 했다. 언뜻 보기에 건축공사처럼 잘 될 것처럼 보이지만 현행 정부사업 프로세스와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하에서 추진하면 이는 SW 진흥에 아주 큰 장애가 된다.

정부 발주 SW사업에서 업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개발기간 부족이었다. 그래서 SW업체는 제품 납기 맞추기에 급급했고, 정부 사업관리자도 당해 연도 예산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완성 상태로 제품을 인수한 후, 이듬해 유지관리 기간에 나머지를 개발하는 관행이 있었다.

분리발주하면 2회에 걸쳐 입찰공고(분석 및 설계와 개발)해야 하므로 최소 2개월 이상의 추가 사업기간과 행정비용 및 분석/설계자와 개발자간 책임 문제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사업예산을 이월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법 조항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문제(분리발주로 인한 책임문제, 추가 소요비용 보전방법 등)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시행령(규칙)에 구체화해 명시해 놓지 않으면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

여섯째, 원격지 개발에 SW사업자가 수행장소를 제안하도록 했다. SW사업자가 제안을 한들 발주자가 상주해서 하라고 하면 안 할 것인가? 상주가 꼭 필요하다면 사업기획 당시에 상주 비용을 별도로 반영하게 하고, 상주 비용을 반영하여 입찰공고를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내용이 시행령(규칙)에 언급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명무실하다.

이번에 공포된 SW진흥법이 잘 정착되어 SW가 산업의 진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약속한 대로 SW사업 대가 결정권한을 민간에게 완전 부여하고, 법 조항을 뒷받침하는 시행령(규칙)의 구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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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성남은...

공군 대령으로 예편해 전투기 등 무기체계 SW를 개발·관리하는 공군항공SW지원소를 창설, 연구소장을 지냈다. 또 방사청에서 M&S사업팀장, 계약팀장, 획득기반과장을 역임하며 대형 SW R&D 사업관리, 계약 및 SW 정책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전역 후 SW공학센터 전문위원, SW정책연구소 자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키르키즈공화국 정부 IT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성남 전 NIPA SW공학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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