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펀드 보상' 시작했지만…잡음은 여전

대책위 "'전액 보상' 필요…은행과 정부 압박할 것"

금융입력 :2020/06/22 17:49    수정: 2020/06/23 15:10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보상 절차에 착수했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원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피해자 측과 공식 절차에 따라 보상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은행의 주장이 충돌하는 탓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대책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구체화한다.

13일 경영현안점검회의서 발언하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의 '선지급 결정'은 고무적이나, 정상적으로 판매된 상품이 아닌 만큼 '전액 보상'이 관철될 때까지 기업은행과 정부,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게 대책위 측 입장이다.

특히 기업은행이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하는 것을 놓고도 대책위 측은 배상비율이 더 적게 책정되면 돌려달라는 얘기가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총 6천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약 914억원 규모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이에 기업은행 이사회는 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나중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거쳐 보상액이 결정되거나 환매 중단된 펀드의 회수액이 확정되면 차액을 정산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7월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선지급 신청을 받아 해당하는 금액을 입금하기로 했다.

들여다보면 기업은행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은행 차원에서 자율배상이나 전액 보상을 택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선 환매 중단은 미국 운용사의 실책에서 비롯된 만큼 기업은행 역시 피해자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실제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운용사 DLI가 국내에서 모집한 투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었는데,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로 보고한 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대책위 측이 기업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한동안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최근 펀드 피해자에 대한 가지급 동의서를 놓고도 맞붙었다. 안내문에 ‘이자 정산’과 ‘고소·소송 취하’ 문구를 담은 게 화근이 됐다. 보상비율에 동의하면 은행과 임직원을 상대로 기존에 제기한 민원·고소·소송 등을 취하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추후 정산 시 가지급금에 포함된 펀드 회수예상액에 대해 발생한 이자도 확정 보상비율에 따라 정산될 수 있다는 조항도 반발을 샀다. 투자금의 50%를 선지급 받은 투자자의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에서 그보다 적은 배상비율을 받아들면 차액을 은행에 반환해야 하는데, 이때 이자도 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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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기업은행이 관련 문구를 조정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협상 단계마다 비슷한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동의서 문제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지만, 선지급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관련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에 협조하고,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