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8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관련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수집에만 그쳤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합, 가공도 가능해진데다 유통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발맞춰 뛰고 있는 기업들의 2020년 데이터 전략을 격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CASH' 데이터로 고객 자산 가치 높인다"
② "데이터 분석 기술 내재화로 은행업무 진짜 혁신하겠다"
③ "AI·빅데이터로 '레고 블록'같은 모듈형 상품 내놓을 것"
④ "감사품질 상향에 데이터 분석은 필수...국내도 쫓아가야"
⑤ "데이터 창고 정리 끝났다...전략적 자산화로 나간다"
⑥ "중신용자 특화 CSS, 대안 데이터로 한계 뛰어넘을 것"
⑦ "고객에 필요한 데이터를 조직하는 일에는 자신 있다"
얼핏 들으면 너구리 '라쿤(Racoon)'이 떠오르는 기업 '쿠콘(Coocon)'은 데이터 수집 및 연결에 집중하는 회사다. 회사 이름 자체가 데이터를 수집(Collect)하고 연결(Connect)하며 조직화(Control)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현 대표는 "고객 한 명이라도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해주기 위해 노력하며 여기까지 왔다"며 "데이터를 수집해서 연결해주는 일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 내부 고객 위해 모았던 데이터 노하우 '진가' 발휘 중
쿠콘은 국내 1위 스크래핑 업체였지만 2016년부터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데이터를 중개하는 '쿠콘닷넷'을 운영하며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부 고객보다 그룹사인 웹케시의 자금 관리 솔루션을 타깃으로 시작했다.
김종현 대표는 "첫 출발은 '국내 최고 스크래핑 회사가 되자' 이런 것 보다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자'가 지향점이었다"며 "그러다 고객들이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엔진이나 솔루션이 아니고 원하는 정보만 잘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쿠콘닷넷이라는 API 스토어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다 정보를 수집하고 연결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회사 명에 따라 일을 벌이기 시작했고 오픈API,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으로 기술 환경 변화에 맞춰 기업 정보 외에도 개인 정보, 금융사부터 핀테크까지 영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종현 대표는 "정보를 잘 제공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들이 잘 쌓이게 됐다"며 "쿠콘이 하는 사업 영역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쿠콘은 은행·카드·증권사 등 여러 플레이어를 연결하고 지급결제는 물론 펌뱅킹까지 모든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자신했다.
■ 데이터 확보전 치열...쿠콘 '고객 한 명이라도 원한다면'
김종현 대표는 "카드사 등 다양한 금융사가 수익성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쿠콘의 경우에도 '개인자산정보' 패키지나 자동차 시세 조회 API를 찾는 고객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개인자산정보 패키지는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600여 금융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한이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20개 은행을 찾아가면서 API를 붙인다고 하면 20개의 API가 필요한데 쿠콘은 이걸 하나로 붙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은행·저축은행·캐피탈·증권사를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ASP)로서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ASP는 개인이나 기업이 응용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응용프로그램을 임대, 관리해 주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자체 플랫폼을 갖지 않은 제2금융권 등은 쿠콘 시스템에 대신 올리기도 한다"며 "쿠콘은 ASP 고객을 올해 10개 이상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 중개잘하는데...민간 사업자 영역 배려해주길
김종현 대표는 데이터 3법 시행(8월 5일) 후속 조치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스크래핑을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에 들어있다"며 "API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계가 있고 유럽도 스크래핑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해 허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과 스크래핑 업체가 직접 계약을 맺고 지정된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며 "쿠콘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 문제는 없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 고객들의 이슈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정부의 중계 기관 지정에 대한 이슈도 언급했다.
그는 "API 중계 기관을 은행의 경우 금융결제원, 증권은 코스콤, 보험은 신용정보원 등으로 지정한다고 하는데 이미 민간에서 데이터를 중계하는 회사들이 있다"며 "쿠콘은 고객 한명이 원하면 어떻게 해든 데이터를 수집해서 연결해주는데 중계 기관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아쉬움을 전달했다.
■ 미국 진출도 꿈...내년 1월 상장 마무리한다
쿠콘은 내년 1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김종현 대표는 "올해 9월 상장 예비 심사 청구가 들어가 12월에 결과가 나올 것이고 1월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은 매해 목표했던 것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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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매해 30~40%씩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은 146억원, 영업익은 23억원이었지만 2019년 매출액은 395억원, 영업익은 63억원으로 170% 이상 늘었다. 2020년애는 매출액 430억원과 영업익 9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최근 비자가 6조원에 인수한 '플레이드'를 예로 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플레이드를 보니까 쿠콘과 비즈니스가 똑같다"며 "쿠콘도 미국에 있었으면 6조원에 버금가는 기업이 됐을 것이니 우리도 미국 시장에 꼭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