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신용자 특화 CSS, 대안 데이터로 한계 뛰어넘을 것"

[응답하라! 데이터 2020] ⑥피플펀드 정승우 데이터사이언스 총괄

금융입력 :2020/06/05 08:47    수정: 2020/06/05 11:20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8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수집에만 그쳤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합, 가공도 가능해진데다 유통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발맞춰 뛰고 있는 기업들의 2020년 데이터 전략을 격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CASH' 데이터로 고객 자산 가치 높인다"

② "데이터 분석 기술 내재화로 은행업무 진짜 혁신하겠다"

③ "AI·빅데이터로 '레고 블록'같은 모듈형 상품 내놓을 것"

④ "감사품질 상향에 데이터 분석은 필수...국내도 쫓아가야"

⑤ "데이터 창고 정리 끝났다...전략적 자산화로 나간다"

⑥ "중신용자 특화 CSS, 이젠 대안 데이터로 한계 뛰어넘을 것"

P2P대출업체 '피플펀드'는 기존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신용평가등급 4~6등급(중신용자)에게 알맞은 금리로 대출을 집행하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델(CSS·Credit Score system)을 보유한 회사다. 기존 신용평가사에 컨설팅을 맞긴 후 중신용자를 선별,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피플펀드만의 모델이라는 점이 큰 차별점이다. 이 경우 피플펀드에 유입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리스크 관리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용평가모델 뒤에도 당연히 데이터가 있다. 어떤 고객이 유입되는지, 왜 필요한 대출인지부터 시작해 고객이 어떤 상황서 돈을 잘 갚는지까지 이 모든게 데이터 분석과 통찰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것을 녹인 것이 바로 신용평가모델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선릉 위워크 내 피플펀드 사무실에서 중신용자가 왜 고금리를 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으로 이직을 결심한 정승우 데이터사이언스총괄(그룹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피플펀드 정승우 데이터사이언스총괄(그룹장).(사진=피플펀드)

■ 은행서 대출 거절되면 금리 높아져, 한계 해결하고 싶어

피플펀드 정승우 그룹장은 피플펀드 이직 전에 나이스평가정보에서 12년 간 근무하며 다양한 금융업권의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었다. 정승우 그룹장은 전 직장에서 일하면서 '금리 절벽'과 같은 이슈를 해결하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언짢다고 해야 하나. 은행에서 거절했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게 맞나. 중신용자에게 중금리를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있었다"며 "P2P대출업체가 등장해 눈여겨 보고 있었으며 P2P대출 사업구조만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가 함께 결합되면 알맞은 금리에 대출도 나가고 대환 대출자라면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그룹장은 기존 신용평가모델에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아픈 기억도 꺼내놨다. 정 그룹장은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몇 점이 되지 않으면 대출을 해주지 말자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결국 그 사이에 걸쳐서 대출을 거절받는 사람을 보게 됐다"면서 "결국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줄지, 말지를 승인하는 중요한 요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식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통계 모형 상에 배제되는 개개인을 고려했을 때, 기왕이면 자신이 만든 신용평가모델이 보람차게 쓰이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접근하면 한 사람이 연체 이력이 있으면 그 한 사람의 사정을 보는게 아니고 연체 이력이 있는 집단이 된다"며 "만약 그 사람이 재개하고 싶을 때 연체 집단에 속하면 본인의 의지는 무관하게 된다. 그래서 더 뿌듯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봐 이직을 했다"고 덧붙였다.

■ 유입 고객 특성 빨리 달라지는 P2P대출, 모형 고도화도 속도 높혀야

피플펀드에 와서 정승우 그룹장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빠른 산업 성장세에 고민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실제 신청 데이터가 많이 없어 외부로부터 데이터를 사와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했는데, 이제는 벌써 신용평가모델 버전이 3.0"이라며 "오는 3분기 내 4.0 버전이 나오는데 3.0이 나오고 4.0 개발까지 걸린 시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그룹장은 "우리에게 유입되는 고객이 많이진 것이고 심지어 우리가 타깃팅한 고객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피플펀드가 겨냥한 중신용자가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며, 이는 중신용자 패턴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패턴이 많이 모이니 신용평가모델의 퍼포먼스도 강력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귀띔했다.

정승우 그룹장은 올해 3분기부터 적용되는 신용평가모델 4.0버전은 P2P대출업체의 특성을 더욱 살렸다고 말했다. 정 그룹장은 "3.0부터 머신러닝을 도입했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담아내려고 한 게 특징이었다"며 "4.0은 하나 하나의 데이터를 더 정교하게 보고 다소 가볍게 만들었다. 갱신 주기를 빠르게, 수정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유에 대해 그는 P2P대출업체는 기존 금융업권과 다르게 유입되는 고객의 패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평가모델을 만들면 은행이나 저축은행들은 2년 이상 쓰는데, 고객 패턴이 크게 안 변해서다"라며 "P2P대출업체는 새로 등장한 산업이다 보니 기존 유입 고객과 새로 들어오는 고객 패턴이 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내가 만든 신용평가모형이 앞으로 들어오는 고객을 잘 맞출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잘 판단할 수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를 고민한 결과를 고도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신용자에게 잘맞는 신용평가모형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는 무엇일까. 정승우 그룹장은 일례로 현금서비스를 들었다. 그는 "현금서비스 이용 내력은 고신용자 중 리스크가 높은 사람으로 판단되는 요소지만, 저신용자에게는 리스크가 적은 사람이 되는 변수"라면서 "은행 대출이 가능한 고신용자가 현금서비스를 썼다는게 급전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해되지만 저신용자에게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를 받을 정도의 여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중신용자에게 현금서비스는 어떤 변수로 작용하기가 어려워 새로운 변수를 찾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금융데이터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제는 대안 데이터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피플펀드 정승우 데이터사이언스총괄(그룹장).(사진=피플펀드)

■ 대안 데이터 접목 CSS 성능 높일 것, 데이터3법도 기회

정승우 그룹장은 "피플펀드에서는 부동산 정보나 통신사 정보와 같은 대안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 성능을 높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웹과 애플리케이션(앱)의 여정 분석 데이터도 신용평가모형에 이용할 수 있을지 분석 중"이라고 첨언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신용평가사의 1~3등급 집단 중 부동산 자산을 소유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불량률(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자산이 없는 그룹의 연체율이 3배 높았다. 또 통신사 정보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기존 금융 이력이 삭제된 사람들에게 큰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웹과 앱 여정 분석 데이터는 새로운 변수를 도출해 신용평가모형에 접목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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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 그룹장은 대안 데이터 활용과 동시에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시행도 신용평가모형 업그레이드와 중신용대출 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정 그룹장은 "가명 처리한 정보를 통해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한 건데, 이는 다른 산업과의 데이터를 결합해 우리 고객들과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분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말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제휴를 통해 작업을 하면 되니 '맨땅에 헤딩하는' 시행착오나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존 금융업권과 다르게 새롭게 성장하는 금융업이라는 점에서 데이터 측면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승우 그룹장은 "이직을 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발굴하는데 제 노력의 제일 많은 부분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이 지니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미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은행, 카드와 다르게 새로 태동한 P2P대출업체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더 많이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