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회계변경 사건 관련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번주 열린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오는 2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이 부회장 등의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심의기일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혐의 관련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권고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후 40개월 만에 사실상 같은 혐의로 기소 위기에 놓이게 됐다.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결론은 권고에 그친다. 때문에 수사팀은 26일에 나올 판단을 반드시 따라야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까지 8번의 수사심의위 결론은 모두 수용된 바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사건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대검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 사건을 심의할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들은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각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기반으로 논의한다. 양측은 이날 출석해 30분 간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다. 위원들은 과반수 표결로 결론을 내린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각각 기소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을 강조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1년 7개월간 수사를 이어왔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합병 성사를 위해 고의적으로 시세 조종을 했다는 검찰 의혹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이 내린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양측의 해석도 엇갈린다. 검찰은 법원이 이 부회장 기소 방향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보고 있으며, 이 부회장 측은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기소 판단은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심의위가 의견서와 의견진술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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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지난 16일 적격성 논란 끝에 심의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회피 이유에 대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과 오랜 친구 관계로 이 같은 인적 관계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23일 맞는 만 52번째 생일도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며 보내게 됐다. 2014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2015년 생일 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대국민 사과 발표를 진행, 2017년에는 옥중에서 생일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