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일부 상임위원 후임 자리에 방송통신 전문가보다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와대와 국회 여야 정당 추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꾸려지는 합의제 행정기구인데, 미디어나 ICT 전문가보다 정치인이 늘어날 경우 자칫 합의제 기구가 정쟁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이는 자리는 7월 말 임기를 마치는 허욱, 표철수 두 위원 후임직이다.
두 명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허욱 위원은 여당 추천 몫이고 표철수 위원은 야당 추천 몫이다. 문제는 두 위원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람 가운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원 출신 정치인이 유력하고, 내정설까지 돈다는 데 있다.
허욱 위원 후임에는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통위 안팎에서 술렁거리고 있다.
여당 추천 몫으로는 김현 전 의원 외에 배재정 전 의원과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거론됐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몸을 담았던 김택수 변호사도 거론됐었지만, 김 변호사는 최근 당권 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의 대변인 역을 맡았다.
또 야당 추천 몫에는 홍지만 전 의원과 함께 김준상 김앤장 고문, 성동규 전 여의도연구원장, 박창식 전 의원,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등이 꼽힌다.
언론계에서는 표철수 위원 후임으로 홍지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두 전직 의원 모두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도 하지 않았고, 정당 대변인 출신이어서, 방통위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정치인 내정설에 논평을 내고 “20년 전 상상하지도 못한 유튜브, 넷플릭스, OTT 모바일 등 미디어 환경 급변으로 미디어 청사진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면서 “5기 방통위원은 어느 때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위원 구성이 필요한데 정당의 대변인이 방통위원 전문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아할 뿐이다”고 꼬집었다.
ICT 산업계에서는 조직 업무에 대해 전문성 결여를 꼬집고 있다. 뉴미디어 산업의 성장으로 미디어 정책 수립이 중요한 시기에 산업 전망에 대한 식견보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논의가 앞설 경우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꼬집고 있다. 방통위 설립 이후 국회 추천 몫, 특히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의 경우 공모 절차를 거쳤지만 정치권 내정설에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김현 전 의원의 경우 방통위 설치법에 따른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일었지만 비판 의견을 뒤로 하고 강행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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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주 방통위원 임명 추천 요구서를 국회에 전달하면서 국회 추천 몫의 상임위원을 두고 논란이 더 격화될 수도 있다.
방통위를 떠난 한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 설립 10년이 지났지만, 전문성을 둘러싼 자격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장관 독임제와 달리 합의제 행정기구에서는 상임위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