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G 통신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중단한다. 정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2G 서비스 폐지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SK텔레콤 2G 가입자는 38만4천여 명이다. 이들은 3G 이상의 다른 기술 방식의 이동통신으로 전환 가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38만4천명 가운데 약 2만4천명은 최근 음성통화와 문자 수신, 발신 내역이 없는 가입자다. 9만명 가량은 착신 전환으로 2G 회선을 유지하고 있고, 01X 전호 가입자는 28만4천명 수준이다.
■ 2G 통신장비 노후화, 망 장애 위험성 높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2G 서비스 종료에 따른 심사를 요청한 뒤 수 차례에 걸친 이용자 보호 계획과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4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가 남아있지만, SK텔레콤이 2G 서비스를 시작한지 26년이 지나면서 일부 기지국 장비는 대체 부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가 2G 서비스 종료 신청을 받아들인 주된 이유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네 차례에 걸친 현장점검과 전문가 자문을 검토한 결과 일부 장비는 예비 부품의 재고가 부족해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기지국 장비는 듀얼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한 쪽이 망가져도 다른 쪽이 보완하는 식인데 (SK텔레콤의 2G 장비는) 80% 가량이 싱글모드로 고장이 날 경우 바로 통신이 두절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망 복구가 어려운 상황으로 버텨왔지만 통신이 두절될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주 사용 계층이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2G 서비스를 유지하는게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2G 가입자 지원하고, 요금 부담 막아야”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기간통신사업 일부 폐지를 승인하는 대신 폐지 절차에 따른 승인 조건과 이용자 보호조치 명령을 부과했다.
우선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등 도 단위 지역부터 2G 사업을 철수하고 그 다음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최종적으로 서울 순으로 단계적 폐지 절차를 조건으로 걸었다. 이 기간 사업 종료에 대한 내용을 이용자에 충분히 알리게 했다.
이와 함께 별도의 보상 프로그램을 적용해 개인 가입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다른 기술 방식의 이동통신 회선을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24개월 약정 조건으로 단말구매 지원금 30만원을 제공하고, 매월 요금 1만원 할인을 제공토록 했다. 기존 결합할인이나 복지할인 등은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30만원의 단말 구매 지원금 대신 갤럭시폴더2, 갤럭시J2 프로, 갤럭시 A10e, LG폴더, LG스마트폴더 등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단말 지원을 받지 않을 경우 24개월 약정 조건으로 매월 70%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2G 가입자가 3G 이상으로 전환할 경우 요금 인상의 부담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월 9천900원부터 2만5천300원 수준의 2G 요금제 7종에 대한 가입도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가입 후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경우 전환 가입 절차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부는 SK텔레콤에 직원이 직접 방문해 전환 가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 01X 번호, 내년 6월까지 이용 가능
011, 017과 같은 01X 번호를 유지하고 싶은 이용자는 한시적 세대간 번호이동이나 01X 번호표시서비스를 이용해 2021년 6월30일까지 번호를 유지할 수 있다.
2G 회선 번호 그대로 3G, LTE, 5G 번호로 이동할 수 있고, 전화를 걸 때 상대방에 01X 번호로 표시해주는 서비스가 앞으로 1년 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01X 번호가 모두 010 번호로 통합되면서 SK텔레콤의 2G 사업이 지역별 단계적 종료가 완료되면 세계 최초의 CDMA 서비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2G 이동통신 서비스는 지난 1996년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디지털 방식의 무선 통신이다. 이전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로 휴대폰 서비스가 이뤄졌다.
1990년 정부가 국책과제로 개발을 주도하고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1994년 첫 CDMA 방식의 시험통화에 성공한 뒤, 1996년 본격 시작됐다. 이후 이듬해인 1997년 초 전국 78개 도시에서 CDMA 서비스가 제공됐다.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전화와 비교해 CDMA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일반화된 단문메시지(SMS) 도입이다. SMS를 시작으로 휴대폰에서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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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국이 이동통신 기술과 산업을 국제적으로 주도하게 된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국책과제로 CDMA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유럽의 GSM 방식과 국제 무대에서 이동통신의 큰 두 축을 이룬 성과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제 통신 표준에서 한국이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를 제시하면서 이끌어온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