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초기 애플은 특허를 무기로 안드로이드 진영을 맹공격했다. 애플은 특히 아이폰 특유의 디자인 및 유저인터페이스(UI) 특허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초기 애플의 주요 공격 무기 중 하나는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권이었다. 이 특허권을 앞세워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처럼 ‘밀어서 잠금해제’로 안드로이드폰을 공격했던 애플이 같은 기술로 소송을 당했다. 애플 입장에선 ‘되치기 소송’을 당한 셈이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을 공격한 것은 이 기술의 원조인 스웨덴 업체 네오노드다. 네오노드는 8일(현지시간) 애플의 자신들의 특허 기술 두 개를 고의로 침해했다면서 텍사스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삼성 공격했던 밀어서 잠금해제, 네오노드 선행기술 때문에 무력화
2012년 2월 8일. 애플이 삼성을 전격 제소했다. 두 회사 간의 ‘7년 특허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애플이 삼성을 공격한 핵심 무기 중 하나는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였다. 삼성이 ‘고의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이 공격은 삼성에게 ‘카피캣’이란 오명을 씌웠다. 미국 1심 법원도 삼성이 고의로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밀어서 잠금 해제’는 애플에겐 안드로이드 진영을 잡는 보검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후 ‘밀어서 잠금 해제 신화’가 조금씩 붕괴됐다. 무엇보다 ‘밀어서 잠금해제’가 애플의 독창적 기술이 아니란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 때문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5년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스웨덴업체 네오노드가 2005년 12월 출원한 특허를 ‘밀어서 잠금해제’의 선행 기술로 인정했다.
그 때 이후 ‘밀어서 잠금해제’는 사라진 기술이나 다름 없었다. 선행 기술 때문에 특허권을 주장하기 힘들어진 게 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업체들이 밀어서 잠금해제를 우회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 기술은 더 이상 힘을 잃고 말았다.
잊혀진 기술이 되는 듯 했던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기술이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이 특허 기술이 겨냥한 곳은 안드로이드업체가 아니다. 한 때 이 기술의 원조라고 주장했던 애플이 공격을 당했다.
■ 선행기술 갖고 있는 네오노드, 애플 상대로 되치기 소송
애플을 공격한 네오노드가 앞세운 특허 기술은 크게 두 개다. ‘모바일 휴대 컴퓨터 기기를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규정한 879 특허권과 '이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993 특허기술이다. 993 특허는 879 특허의 후속 기술이다.
네오노드는 애플 ‘밀어서 잠금해제’를 무력화했던 879 특허권을 2012년 1월 10일 취득했다. 이 특허권을 출원한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2005년이다.
후속 기술인 993 특허는 2014년 8월 19일에 취득했다.
두 특허 기술은 터치 디스플레이 상에서 미리 정의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기술이다. 그럴 경우 이용자의 독특한 행위를 탐지해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터치한 뒤 옆으로 미는 행동을 할 경우 화면을 여는 등의 기능을 하도록 규정할 수 있다.
네오노드는 애플이 이 두 특허 기술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문제 삼은 것은 2017년 9월 출시된 아이폰X이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X에서 홈 버튼을 없애면서 아이폰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iOS11부터 홈버튼 대신 빠르고 유연한 동작 인식 기능을 추가해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아이폰X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내비게이션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기능을 도입하면서 자신들의 879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네오노드의 주장이다.
애플 최신 아이폰 기기에서 잠금해제와 관련해 문제가 된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아이폰 화면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려서 잠금 해제를 하는 기능.
둘째. 화면 오른 쪽 상단에 있는 짧은 선을 아래로 쓸어내리면 ‘콘트롤 바’가 나오도록 하는 기능.
네오노드는 소장에서 아이폰의 콘트롤 바 작동 기능이 어떻게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이폰X 이후 모델의 콘트롤 바는 기능을 활성화하는 한 가지 옵션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기능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작동된다.
첫째. 손가락 같은 어떤 객체가 디스플레이에서 콘트롤 바가 있는 부분을 건드린다.
둘째. 터치한 지점에서 디스플레이를 옆으로 쓸어담는다.
이런 작동 방식이 바로 879 특허권이 규정하고 있다고 네오노드가 주장했다.
네오노드는 이 기능 외에도 애플이 2014년 세계개발자회의(WWDC)때 처음 소개한 퀵패스 역시 자사 특허기술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 한단계 진화한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공방은 어떻게 될까
8년 전 애플이 삼성을 제소할 당시 사용했던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권은 조금 단순했다. 가로로 밀어서 잠금 해제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네오노드가 애플을 공격한 특허권은 터치 스크린과 동작 인식 등이 결합된 한 차원 더 나간 기술
이다. 특허소송 대상이 된 애플 기능 역시 훨씬 더 정교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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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번 소송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애플과 소송 때 삼성이 이 특허권은 무력화할 수 있었던 건 네오노드가 보유한 선행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그 원천기술 보유업체의 공격을 받은 애플은 어떻게 위기를 이겨낼까? 텍사스 지역법원에서 진행될 이번 소송에 관심이 쏠리는 건 이런 질문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