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초기 애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이 독일에서 최종 무효 판결을 받았다.
독일 연방대법원이 25일(현지 시각) 애플의 ’잠금 해제 이미지에 어떤 동작을 수행해서 기기를 해제하는 방식'과 관련한 특허(EP'022)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고 로이터, 포스페이턴츠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독일 연방 특허법원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것. 이에 따라 애플은 독일 지역에서 더 이상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5인으로 구성된 독일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전 세계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무효 판결을 한 판사가 1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포스페이턴츠는 또 “세계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인정하는 유일한 판사는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라고 꼬집었다.
■ 2013년 연방 특허법원 판결 그대로 수용
독일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둘러싼 공방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2월이다. 당시 뮌헨 지역법원에서 열린 소송에서 모토로라는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 침해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2종이 판매금지됐다.
그러자 모토로라는 곧바로 뮌헨 고등법원에 항소하면서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에 대한 무효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밀어서 잠금 해제’ 공방에는 삼성도 관련이 있다. 2012년 3월 만하임 지역법원에서 애플과 벌이던 소송에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 연방 특허법원이 두 소송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부분을 함께 가져와 무효 여부에 대한 재판을 했다.
이 판결은 2013년 4월에 나왔다. 당시 특허법원은 네오노드(Neonode)가 2005년 12월 출원한 특허를 ‘밀어서 잠금해제’의 선행 기술로 인정하면서 애플에 무효 판결을 했다. 특허법원 공방 당시에는 삼성이 애플 공격을 주도했다.
특허법원 판결 이후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2년 4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에 주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 무효 판결을 제기했던 모토로라와 삼성 모두 입장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우선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중국 업체 레노버로 넘어갔다.
■ 삼성, 작년 미국외 특허 소송 취하하면서 관여 안해
삼성의 상황은 좀 더 많이 변했다. 삼성은 지난 해 애플과 미국 이외 지역의 특허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연히 삼성은 독일에서 더 이상 애플 특허권을 놓고 공방을 벌일 이유가 없다. 따라서 삼성은 대법원 소송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관련기사
- 삼성-애플, 美 대법원 '단판 승부' 성사될까2015.08.26
- 삼성, 끝장 승부…'애플 특허소송' 대법원 상고2015.08.26
- 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 무효 판결…왜?2015.08.26
- 애플 결정타…'둥근 모서리' 특허 또 무효2015.08.26
따라서 상식적으로는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가 이번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레노버 역시 이번 소송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구글이 이번 소송을 대리한 퀸 엠마누엘 로펌에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말기업체인 삼성과 달리 안드로이드 제공업체인 구글은 애플 특허를 원천 무효로 만들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