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견된 지 얼마 안돼 확진자 동선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맵’이 등장해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문서 형태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면, 이를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서비스였다.
확진자동선 지도를 보여준 코로나맵은 탈모진단 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모닥’을 창업한 대학교 4학년생 이동훈씨(모닥 CTO)의 개발품이었다. 폭발적인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그는 지금도 매일 코로나맵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운영중이다.
최근 만난 이동훈 CTO는 “코로나맵은 사업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주위 친구들을 위해 혼자 만들었던 프로젝트였다”며 “막 이슈되기 시작한 코로나를 두고 허위 정보나 비공식 정보가 많이 돌아다녀 주변에서 불안해 하던 상황이어서 개발자로서 이를 바로 잡고 싶었다”고 코로나맵 개발동기를 밝혔다.
그는 “일반인이 원하는 건 멀리 떨어진 어느 도시의 확진자가 아니라, 내 주변, 가려는 목적지 주변의 정보를 알고 싶은 것이라 여겼다”며 “그에 최적화된 UI가 지도라서, 지도를 이용해 코로나 맵을 기획하고 하루만에 개발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맵은 당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진자 정보를 시각화한 첫 서비스였다. 서비스 개시 후 수일 만에 폭발적인 트래픽이 몰렸다. 그는 “학교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려 만든 것이라 트래픽 고민 없이 코드도 이쁘게 짜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개선하고 서버도 증설하는 등 서비스 상호작업을 하며 리뉴얼을 병행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개발했던 서비스였다가 사용자의 폭증, 입력해야 할 데이터의 폭증을 함께 겪어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한다. 특히 데이터 입력에 많은 수고를 들여야 했다.
그는 “대구와 경북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혼자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기 힘들어 솦트(SOPT) 동아리 20명의 지원을 받아 동선 정보를 업데이트했다”며 “지자체별로 각자 발표하는 데이터의 형식이 다르기도 하고, 이미지로 된 데이터도 있어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창기엔 확진자 정보 한명 분을 입력하는데 10분 걸렸는데, 하루 확진자수가 500명을 넘어가자 업로드 페이지를 따로 구성하고, 한명당 입력 시간을 1분으로 줄이도록 자동화했다”며 “지금은 100명이 늘어도 혼자 관리할 수 있게 개발하고 있고, 영어서비스를 추가했으며, 데이터 포맷이 바뀐 것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트래픽 폭증 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덕을 봤다. 이미 모닥 앱을 개발하며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코로나맵도 AWS에 구축했다. 별다른 고민없던 한순간의 선택이 폭발적 트래픽 증가를 견뎌낸 비결로 작용했다.
그는 “AWS는 가장 익숙한 서비스였고, 코로나맵 개발과 서버 배포도 AWS를 썼다”며 “엘라스틱 빈스토크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빠르게 배포할 수 있었는데, 트래픽이 폭증하자 알아서 확장되는 오토스케일이 이뤄져 큰 문제없이 트래픽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첫날에만 240만 트래픽이 몰렸다고 한다. 그런 트래픽을 원활히 수용하긴 했지만, 늘어나는 서비스 운영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적절한 시점에 AWS 측에서 무상지원을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는 “1월30일과 31일까지 AWS 서버 증설을 진행하려 했는데,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겠다 싶어 고민하면서 광고를 달 생각도 하던 차에 AWS에서 먼저 지원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왔다”며 “여러 기업에서 투자 연락을 많이 받았지만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AWS는 사용자기도 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크레딧을 지원받아 서버 비용 걱정없이 개발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훈씨 개인적으로 코로나맵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서버 개발자로서 200만 이상의 트래픽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트래픽 관리를 제대로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자와 기업도 많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서버증설경험과 트래픽 제어 경험을 짧고 강렬하게 해서 앞으로 일할 때도 많이 도움될 것으로 본다”며 “그 무엇보다 개발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대중에게 도움되는 걸 자발적으로 만든다는 게 가장 뜻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훈씨는 개발 경력이 길지 않다.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운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두희 대표의 멋쟁이사자처럼이란 개발동아리에서 웹개발의 기초를 익혔고, SOPT란 동아리에서 서버 개발 지식을 익혔다. 그전엔 군 복무 기간 중 소프트웨어개발 교육용툴인 스크래치의 자격증을 취득하려 독학했다.
그는 “개발동아리 활동이 초보 개발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학원에 가면 취업경로가 되는데, 동아리는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조언했다.
근래 들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맵이 관심의 대상이다. 확진자 동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지에서 데이터 공유를 요청하는 메일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데이터는 보통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지 변화를 보여주는 정보”라며 “코로나맵은 한국에 한해 어느 확진자가 어디를 방문했는지 알려주는 데이터로 성격이 아예 달라서 국내외 대학교에서 데이터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 확진자 데이터가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어떻게 쓰일지 방향성을 정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이롭게 쓰일지, 공익적 목적으로 쓰이는 부분을 민감하게 고민하는 상태여서 다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 후 10일 지난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가이드한다. 알권리 문제가 소상공인 피해와 사생활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동훈씨도 코로나맵에서 10일을 넘긴 데이터를 삭제한다.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도 삭제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럼에도 데이터 투명성에 대한 부분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 데이터를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 코로나맵을 만들 수 있게 한이유였다”며 “질본의 데이터 공개가 없었다면 애초에 코로나맵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맵의 데이터는 확진자가 어디에 몰리고, 어디를 많이 가는지, 어느 곳에 감염이 특정되는지 쌓은 데이터이므로, 그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래서 데이터가 중요하고. 요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맵은 코로나19 사태 종식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초창기부터 코로나 종식때까지 운영하겠다고 생각했고, 수익 목적도 없었고, 그 생각은 변함 없다”며 “체력이 되는 한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맵 관련해서 얻은 많은 서버 개발 경험과 데이터 경험을 많은 분에게 공유하고 싶다”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스타트업 운영자 입장에선 코로나맵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서비스를 성공 시키는게 욕심이고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개발자의 노력이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의견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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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코로나맵을 보고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의 뒤에 20명 지원자도 있고, AWS 같은 지원도 있었다”며 “단체와 개인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서비스가 한달만에 폭파됐을 것인데, 이런 지원이나 개인적 노력이 더해져 지금까지 왔고, 인프라와 문화가 잘 발달돼 있다는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막 개발에 입문하는 사람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세상이다”며 “이런 개발 문화가 앞으로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