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경제활동을 촉진하면서 리얼 5G로 불리는 '밀리미터웨이브(mmWave)'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밀리미터웨이브는 30~300기가헤르츠 고주파 대역의 1~10밀리미터 수준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통신 기술을 말한다. 이는 전파 특성상 파장이 짧아 대역폭을 넓게 사용할 수 있어 정보를 대량 전송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초고속(최대 20Gbps 속도) ▲초저지연(응답속도 1밀리초) ▲초연결(1제곱킬로미터 면적 당 100만개 연결 지원)의 특성을 갖춘 리얼 5G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그간 밀리미터웨이브를 요소기술로 연구·개발해왔다.
하지만, 밀리미터웨이브는 저주파 대역 대비 전파 손실이 크고, 회절과 굴절 등에 따른 다중 경로 현상이 강해 이동통신서비스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모바일 통신모뎀 시장의 강자 퀄컴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빔포밍, 빔트래킹, 빔스티어링 등의 다중 경로 해결 기술을 개발하고, 밀리미터웨이브를 지원하는 5G 통신모뎀 '스냅드래곤 5G 모뎀 시리즈'를 지속 출시하는 등 5G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만 퀄컴의 최신 5G 통신모뎀 '스냅드래곤 X55'를 적용한 5G 스마트폰은 2억3천만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경우, 오는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내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7억5천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우시타이 퀄컴 대만 대표는 지난 2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컴퓨텍스 온라인 토크'에서 "밀리미터웨이브는 언제 어디서나 속도와 용량에 구애받지 않는 리얼 5G를 실현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5G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밀리미터웨이브의 상용화가 5G 사용인구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사물과 사람을 이어주고 끊김없이 연결해 제조부터 운송까지 산업의 다양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밀리미터웨이브'가 만드는 리얼 5G 시대
밀리미터웨이브 기반 리얼 5G 시대에는 대표적으로 ▲끊김 없는 실시간 스트리밍 ▲초실감 융합현실(XR) 등의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기존 LTE(4G)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끊김 없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상용화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초기부터 밀리미터웨이브 기반의 5G 서비스를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 2월 열린 슈퍼볼 행사에서 5G 밀리미터웨이브를 활용, 미국 전역 13개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동시에 스마트폰 증강현실(AR) 서비스로 경기 실황부터 경기 정보 검색, 위치 검색 등의 실감 증강현실(AR) 서비스를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시연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5G 밀리미터웨이브를 통한 초실감 융합현실(XR) 서비스 역시 조기 상용화가 기대된다. 나아가 XR 서비스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 원격진료, 재택근무가 확산 중인 가운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XR 서비스가 기존의 실감 서비스(VR·AR)보다 더욱 생생하고, 몰입감 넘치는 콘텐츠를 제공해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XR 서비스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의대생들은 환자들의 증상을 파악해 진단을 내리는 훈련이나 수술 실습을 할 수 있고, 기술자들은 장비 수리 실습 시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달받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퀄컴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AR 엑스포 'AWE'에서 X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XR 뷰어'의 프로토타입을 공개, 글로벌 통신사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협력해 XR 뷰어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밀리미터웨이브와 서브-6는 얼마나 다른가
현재 미국은 밀리미터웨이브를 통한 5G 서비스를, 한국은 서브-6(3.5~6기가헤르츠 저주파 대역을 이용)를 통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상황이다.
5G 서비스는 서브-6를 이용하는 것보다 밀리미터웨이브를 기반으로 할 때 훨씬 더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밀리미터웨이브 기반 5G 서비스의 경우, 다운로드 속도가 버라이즌은 평균 506.1메가비피에스를 기록한 반면, 서브-6 기반 5G 서비스(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보다 낮은 200메가비피에스급 속도를 구현하는 데 그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우클라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5G 밀리미터웨이브 서비스의 최고 속도는 2기가비피에스에 달해 서브-6 기반 5G 서비스 대비 4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보급형 5G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면서 밀리미터웨이브 기반의 5G 서비스 상용화가 미국을 넘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퀄컴은 밀리미터웨이브와 서브-6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통신모뎀 '스냅드래곤 X60'의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글로벌 이동통신사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퀄컴 측은 "스냅드래곤 X60은 광케이블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저지연성을 5G에서 구현해 응답률 속도가 높은 멀티플레이어 게이밍 및 몰입형 360도 영상부터 커넥티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차세대 커넥티드 애플리케이션 및 경험을 제공한다"며 "퀄컴은 2020년 1분기부터 스냅드래곤 X60의 시제품을 출하하며 새로운 모뎀-RF 시스템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2021년 첫 분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 한국의 5G 밀리미터웨이브 서비스, 내년부터 상용화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3일 세계 최초로 서브-6 대역을 활용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용 시점은 미국(2019년 4월 4일), 중국(2019년 11월 1일)보다 빨랐지만, 실제 5G 서비스는 미국과 비교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국내 이동통신3사가 밀리미터웨이브에 대한 투자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통신3사는 연내 밀리미터웨이브 5G 기지국(1만5천국 이상 목표) 구축을 통해 5G 밀리미터웨이브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국망을 서브-6 대역으로 구축하고, 인구 밀집 지역이나 B2B 시장에는 밀리미터웨이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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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도 적극적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5G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1%→2%)하고, 전파 자원 확충(2026년까지 5G 주파수, 2680→5320메가헤르츠)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5G 서비스를 공공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 100억원을 투입, 모바일엣지컴퓨팅(MEC) 기반 5G 융합 서비스를 공공부문에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차관은 "공공 부문에 5G 업무망을 시범 도입해서 향후 전 기관으로 확산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것"이라며 "학교에서 고용량 AR, VR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인근에 MEC를 설치하는 등 MEC 기반 5G 융합 서비스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