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산업단지, 제조혁신 이끈다

[이슈진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활력 산업단지에 해답있다

2019년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웠던 한 해로 기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2.0% 증가해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2018년 10월 고점을 찍은 후 부진을 거듭하던 수출은 지난해 10월 저점을 지나 회복 분위기를 보였다. 15개월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던 수출이 올 2월에는 플러스로 전환하며 호전되는 듯했다. 한 가닥 희망인 수출은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다시 꺾였다.

하늘에서 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올해 상황은 더 나쁘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따른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3% 성장할 것이라는 작년 11월 전망치보다 2.1%p 낮아졌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을 지난 2월 발표한 2.1%에서 석 달 만에 2.3%p 낮은 -0.2%로 낮춰잡았다.

확산하는 코로나19는 글로벌 경기를 악화시켰다. 석유 수요가 감소해 유가가 급락하는가 하면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올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셧다운 돼 글로벌 공급망(GVC)에 차질이 빚어졌다. 과거엔 값싼 인건비를 찾아 생산기지를 중국·동남아로 옮겼지만, 이젠 공급 안정성이 더 절실해졌다. 정부가 제조업 U턴(리쇼어링) 지원을 강화하는 이유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받았고 국내 제조업은 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산업단지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지능형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첨단 제조공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례 없는 국경 폐쇄…글로벌 공급망 확보 비상

코로나19는 214개 나라에서 발생해 28일 기준 확진자 575만여명에, 사망자는 35만7천명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쟁도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공황에 빠졌다. 주요 국가는 코로나19 감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서둘러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은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 폐쇄를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스페인·포르투갈·독일 등 유럽 국가도 대부분 국경을 막았다. 우리 정부도 90개국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 지 두 달 남짓 지났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월 구미 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를 방문,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입주기업 피해 지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국가별 생산과 교역에 차질이 생겼다. 자동차·조선·기계·화학·섬유·디스플레이 등 전반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생산과 수출이 위축됐다. 반면에 바이오와 진단기기가 급부상했고 비대면 사업과 가전, 통신기기,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코로나19는 기존 상식을 허물고 있다. 기존에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생산거점을 배치할 때 시장접근성과 비용 절감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었지만 감염병에 의한 생물학적 위험과 이동제약 가능성이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중요한 변화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급망 변동 움직임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등 특정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해 공급망의 글로벌화에서 오는 위험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제조 전문기업 육성과 제조공장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고 핵심부품, 기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맞추기 위한 라이선스 생산이나 생산공장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는 특히 산업 지능화·스마트제조와 연계하는 새로운 제조업으로 전환할 기회다. 이 기회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점검·보완해서 제조혁신과 공급사슬 구조를 개선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튼실하게 해야 한다.

스마트 제조 환경을 조성할 투자지원과 인적자본 확충은 필수다. 산업 지능화와 연계된 5G 통신설비, 로봇, 3D프린터,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센서, 시스템반도체 등의 국내 공급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8일 뿌리산업 간담회에서 “이번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변화에 맞춰 뿌리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위축된 산업단지…회복에 희망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국가산업단지인 구미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폴리이미드를 국산화에 성공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찾아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를 극복한 자신감으로 코로나19 위기도 극복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구미산업단지에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회사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전진기지다. 1967년 구로1공단(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을 시작으로 조성된 국가산업단지는 47개에 이른다.

올해 2월 기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할하는 65개 산업단지 생산액은 39조원 규모다. 전월보다 6.4% 감소했고 수출도 7% 감소한 122억달러, 고용은 0.2% 감소한 103만명, 가동률은 0.2%p 감소한 76.6%로 위축됐다.

3월부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2분기 이후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직접적인 피해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요 산업단지별로 보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업은 다소 긍정적이지만 전기전자와 섬유는 둔화했다. 생산은 2.15 증가한 1조227억원, 수출 1.2% 증가한 3억1천600만달러, 고용 0.1% 감소한 14만6천명, 가동률은 0.4%p 증가한 56.8%를 기록했다.

반월·시화는 수출과 가동률이 각각 1.2%와 1.1%p 증가한 7억7천200만달러와 68.9%로 나타났다. 생산과 고용은 각각 0.2%와 0.1% 감소한 4조9천482억원과 23만8천명을 기록했다.

구미는 신규 휴대폰 출시로 수출이 40.6% 늘어난 15억2천200만달러를 기록했고 생산과 가동률도 10% 내외 증가했다. 고용은 2.6% 감소한 8만명으로 나타났다.

여수는 수요급감과 유가 하락으로 가동 중단과 감산이 불가피했다. 생산과 수출이 10% 내외 감소했다. 2분기에도 석유화학업종의 불황 체감도는 1분기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창원은 생산, 수출, 고용이 감소했다. 2분기에도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과 수요급감으로 기계산업 전반에 부진이 예상된다.

울산·온산은 2월부터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침체가 본격화하는 등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 생산과 수출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산업단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위험 요인을 점검·관리하는 등 기업 애로를 발굴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급 차질, 물류·통관 애로, 법적 분쟁 등 산업단지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발굴해 ‘수급대응지원센터’, 수출 전문 지원기관과 연계한 현장 밀착형 지원에 나섰다.

산업단지 통계자료를 분석해 수출입 규모와 특정 품목 및 국가 의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출 중소기업이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특정국에 부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분석해 신남방, 소부장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고 핵심부품과 소재를 조기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부는 산업단지 주력산업·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코로나19 피해복구 차원의 일시적 긴급 지원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산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또 지난달 업무연속성계획(BCP) 가이드라인을 개정·배포했다. 산업단지 기업성장지원단, 수출지원단 등 현장 자원 중심의 전문가를 활용해 BCP를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실효성 있는 산업단지 대개조 전략

산업부는 7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노후거점산업단지 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를 열어 ‘산업단지 대개조’ 지역으로 경북(거점 산단 구미국가산단), 광주(광주첨단국가산단), 대구(성서일반산단), 인천(남동국가산단), 전남(여수국가산단) 등 5곳을 선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국내 제조업의 중추인 산업단지를 지역산업 혁신거점으로 집중지원하는 지역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다.

시화국가산업단지

광역지자체가 주력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내 거점산단(스마트 산단 등)을 허브로 하고 연계 산단이나 도심 지역을 묶어 산단 혁신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가 컨설팅을 통해 계획을 보완하고 평가를 거쳐 5개 내외 지역을 선정해 3년간 부처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육성·지원하는 중앙-지방 협력형 사업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시·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산업의 성장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중요도, 산업간 융합 가능성을 고려해 미래 타깃 산업을 정하고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계획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중앙부처가 지역에서 수립한 혁신계획에 산단 중심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뒷받침할 차례”라고 밝혔다.

산업부·국토부 등 11개 부처와 일자리위원회는 선정된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스마트화와 환경개선, 창업·고용·문화여건 제고 등 다양하게 지원한다.

산업부는 기존 스마트 산단과 함께 새로 선정된 스마트 산단과 연계 산단에 제조-서비스업 융합 및 다수 기업 간 공동혁신 R&D, 제조혁신 기반 구축 사업 등을 통해 주력산업 다각화와 공정혁신 등을 지원한다.

국토부는 산단 재생사업을 새로 계획한 경북(구미2·3·왜관산단), 인천(부평·주안산단), 전남(율촌산단)과 기존 재생지역인 경북(구미1산단), 광주(하남산단), 대구(성서·제3·서대구산단), 인천(남동산단) 기반시설 확충, 정주환경 개선 등을 지원한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산업단지 대개조 프로젝트로 3년간 고용 6만명, 생산 48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산단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부처가 원팀을 힘을 모으면 산단과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산단과 주변 도시지역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고 스마트시티, 도시재생 뉴딜, 행복주택 등 각종 지원 정책과 융복합해 종사자·가족이 선호하는 일터와 삶의 터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 산단으로 밸류체인 극대화

지난해 9월 4일 경기반월시화국가산단과 경남창원국가산단에서 스마트 산단 선도프로젝트 선포식이 열렸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스마트 산단 표준모델 구축 및 선도산단 실행계획’을 확정했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 산단을 20개로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창원, 반월시화, 구미, 남동을 스마트 산단으로 선정했다. 이달 초에는 산단 대개조 지역 5곳 가운데 거점산단인 성서, 여수, 광주첨단을 신규 스마트 산단으로 지정했다.

반월국가산업단지

스마트 산단은 개별기업의 스마트화를 넘어 산업단지내 기업 데이터를 공유해 동일 업종·밸류체인 기업이 연관 제조업을 육성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해 산단을 고부가화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스마트 산단의 핵심 목표인 ▲제조혁신 ▲쾌적한 근로·정주환경 ▲창업과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단 특성(업종, 밸류체인)을 감안한 제조혁신과 산단 고부가화 사업을 스마트 산단 표준모델로 마련했다.

제조혁신은 산단 내 스마트공장을 확산해 개별기업 데이터 수집 기반을 만들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연관 제조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단계별 관련 부처 사업을 연계했다.

산단 고부가화는 첨단 인프라 등 산단 내 근로자 친화 공간 조성과 제조창업 활성화,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실증 사업을 포함했다.

산업부는 8개 부처, 32개 사업으로 구성된 스마트 산단 표준모델을 새 스마트 산단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고 추가로 스마트 산단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성윤모 장관은 “산업단지는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가속할 최적의 공간이며 앞으로 스마트 산단 선도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