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유통 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이 경제 활동에서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외출이 줄어들게 되자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매출 타격 입었다. 반면, 온라인 유통 업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온라인 없이는 어떤 것도 논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유통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를 기회 삼아 비대면 쇼핑 대중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의료·교육·유통 등 비대면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위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이 고도화될 것이고, 편리한 비대면 쇼핑을 위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알고 추천해주는 AI 기술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필요한 상품을 즉각 배송해주는 물류 인프라 투자도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집 밖은 무서워…코로나19가 바꾼 유통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경제활동도 원격근무,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교육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여느 때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구매가 절실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비스의 디지털화·온라인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올해 1분기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는 전기 대비 각각 19.4%, 2.9% 감소했고, 인터넷과 홈쇼핑, 배달 등 무점포 소매 판매액 지수는 7.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최근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내고 지난 1분기 인터넷 쇼핑 이용액은 41% 증가했고, 홈쇼핑 매출도 19%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아울렛 매장은 31%, 백화점은 23%, 대형마트는 17%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쇼핑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택배나 O2O, 드라이브 스루 등 접촉을 최소화 하는 유통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활용도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서비스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사업 환경과 소비 행태에 대비해 필요한 IT 솔루션 투자를 확대하고 경영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진 기업이 마케팅과 영업활동에서 유리하므로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서비스 수요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 사업을 온라인과 결합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되며, 온라인 플랫폼 구축, 스마트 배송망 구축 등 다양한 비대면 유통 채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통 유통 강자보다 기술 강한 기업이 주목 받는다
유통 분야에서의 AI와 빅데이터, AR·VR 등의 기술 도입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검색 정보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해 주는 AI 상품추천 서비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현장에 와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AR·VR 기술 등이 그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쇼핑 플랫폼에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도부터 AI 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 시스템인 '에이아이템즈'를 출시하고, 모바일 쇼핑에 도입해왔다. 에이아이템즈는 딥러닝 기반의 추천 모델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에서 이뤄지는 사용자의 행동 이력과 상품의 메타 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한다. 즉 구매 경험이 없어도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를 이용한 이력이 존재한다면 이용자 개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네이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에이아이템즈 출시 2년만에 이용률이 80%로 늘었고, 이를 통한 쇼핑 거래액 비중은 10%가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쇼핑은 비대면 시대에 네이버의 간편결제 네이버페이와 함께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로 떠올랐다.
카카오 유통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 또한 다양한 분야와 서비스에서 AI 추천과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고, 또 다양한 상품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카카오의 AI 기술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 쇼핑하우 등 큐레이션에 추천기술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검색, 구매 이력 등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유사 이미지 등을 분류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추천한다.
홈쇼핑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비대면 소비시장을 대비해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AR·VR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AR·VR 서비스 전문관 ‘핑거쇼핑’을 출시했다. 인기 브랜드의 가상 매장을 방문해 직접 둘러보고, 3D 화면에서 원하는 공간에 상품을 배치해 볼 수 있으며, 챗봇을 통한 상담까지 모바일에서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가전·가구 가상 배치 서비스인 AR뷰,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제 매장에 있는 것처럼 쇼핑이 가능한 VR 스트리트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 또, 대표상품 3D로 미리보기,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슷한 상품 추천 서비스,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 샬롯 등도 모두 기술 기반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연령층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게 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수가 됐다”며 “단순히 가격이나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더 빨리 내 손 안으로…물류에도 AI는 필수
비대면 서비스의 핵심은 물류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물건을 쉽고 빠르게 배송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쿠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가장 주목 받았던 유통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쿠팡에 AI는 필수다.
먼저 쿠팡의 AI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한 순간부터 배송의 모든 과정을 결정한다. 쿠팡은 머신러닝으로 소비자의 기존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주문을 하기 전에도 주문량을 예측한다. 이후 이를 전국에 위치한 쿠팡 풀필먼트 센터에 위치별로 나눠서 미리 상품을 구비하도록 한다. 주문 즉시 최대한 빨리 출고하기 위해 진열뿐만 아니라 동선도 AI가 결정한다.
AI는 출고된 상품을 어떤 쿠팡 트럭의 어느 자리에 놓을지도 미리 지정한다. 제품의 크기에 따라 꼭 맞는 크기의 포장을 선택하거나, 포장이 없어도 되는 상품은 아예 포장하지 말라고 지정해 주는 것도 AI가 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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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AI는 쿠팡 트럭에 실리는 모든 상품의 주소지를 주문과 동시에 분석한 뒤 하차되는 시점을 계산해 섹터를 분류해 준다. 쿠팡맨의 불필요한 육체 노동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쿠팡카의 이동 동선도 AI가 가이드 한다. 배송하는 상품 전체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을 먼저 가야 하는지 지정해 준다. 이렇게 하면 해당지역을 처음 담당하는 쿠팡맨이나 도로가 익숙하지 않은 쿠팡맨도 숙달된 쿠팡맨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생필품 주문과 빠른 배송이 주목을 받았던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물류가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며 "다만 물류 산업에서 전염병에 대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물류 로봇의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