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전세계의 교육 분야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학교 중심의 집합 교육이란 기본 전제가 전례없는 감염병 때문에 총체적 위기다.
한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동안 온라인 개학이란 결정을 내렸다. 이전까지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교육 당국과 IT업계가 밤낮없이 준비했고, 그 덕에 큰 탈없이 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도 원격 강의 중심으로 올해 1학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공교육뿐 아니라 사교육을 포함한 교육 산업 전반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화면이 꺼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어떤가. 기기 고장이나 시스템 장애로 수업을 듣지 못한 학생은 어떻게 도울 것인가. 체험과 실습을 강조해온 교육체계는 이제 무의미해지는 것인가. 경제적 이유로 벌어지는 교육 격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교육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방안은 충분한가. 이밖에도 새로 고민할 사안이 너무 많다.
코로나19가 교육 시장에 요구한 변화를 '디지털화'로 판단하는 건 무의미하다. 사실 교육 영역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20여년전에 시작됐다. 인터넷 강의가 사교육 시장을 잠식한지 오래고, 온라인대중공개수업(MOOC)이 고등교육 영역의 틀을 바꿔놨다. 형식적 답은 이미 나와있다.
문제는 물리적 거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의 프레임 바깥 세계는 교육자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당장 학생을 수업에 집중시키는 것부터 힘들다. 온라인 환경이 가진 근본적 공백, 학습 외 수많은 ‘경험’의 빈자리를 어떤 식으로 메울 것이냐가 교육 영역의 ‘포스트 코로나’다.
■ 고비 넘긴 온라인 수업, 진짜는 이제부터
지난 4월 9일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실시됐다. 중고등학교 3학년 100만명이 대상자였다. 일주일 뒤 초중고등학교 모든 학생이 온라인으로 개학을 맞았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e학습터, EBS온라인클래스 등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일부를 제외하고 큰 장애없이 살아 남았다. 일부 학생이 접속 불편을 겪었지만, 완전히 시스템이 죽어버려 하루 수업 전체가 불가능해지는 시나리오는 피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긴급히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학습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 중심 수업 등으로 유형을 나눠 일선 학교에서 적절한 방식을 택하도록 했다. 화상회의 솔루션, 교육관리시스템(LMS), 각종 메신저 앱 등이 활용됐다.
온라인 수업용 교육자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교사가 많았기 때문에, 학습콘텐츠를 제공하는 EBS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에 많은 학생이 몰렸다.
여러 LMS가 클라우드로 인프라를 꾸려놨지만,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물리적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그대로 옮긴 수준이어서 막대한 트래픽 집중에 대응하기에 부족했다. 소스코드를 클라우드 친화적으로 최적화하는데 2주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1년 걸릴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완료하느라 해당 업체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이 혼신을 다했다.
고비는 잘 넘겼다. 원격수업 한달을 넘기며 정부는 오프라인 교육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은 언제 또 다시 퍼질 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올해 모든 공교육이 원격 수업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최소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는 교육과 온라인의 결합을 필수적 요소로 만들었다. 코로나19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교육 인프라 전반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 교육 시스템 한계, 디지털 전환 시급
인프라만 바꾼다고 갑자기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이 디지털세계에 복제되진 않는다. 디지털 전환의 여러 방식 중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은 교육 영역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 체계를 설계해야 할 때다. 기술적 혁신이 자유롭게 교육에 반영되도록 제도적 장벽도 해소돼야 한다.
일단, 교육 체계가 온라인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만들어져 있다. 학교장과 시도교육감이 감염병에 따라 능동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도 없다. 학사일정은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고, 원격 수업의 수업 일수 인정 관련 근거 법령도 없다.
이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감염병 등에 따라 정상수업이 어려운 경우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원격학습의 방식으로 수업 이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는 온라인 수업의 개발을 일선 교사와 교육기관에 떠맡기는 구조도 문제다. 이에 국가 차원의 온라인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거나 지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온라인 수업에 활용되는 수업자료의 부족도 지적된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오래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됐지만,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학습자료의 양과 품질도 문제다.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하는 학업성취도 부족과 집중력 및 참여도 저하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장애학생을 비롯한 교육취약계층 학생은 이번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학습 결손 예방 및 교육사각지대 해소, 교육격차 최소화 노력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인프라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새로 짜야 한다.
일반적으로 IT는 100% 보장을 상정하지 않는다. 죽어도 죽지 않는 시스템은 없었다. 내구성 최고라는 아마존웹서비스의 '아마존 S3'의 내구성이 99.999999999%다. 교육은 다르다. 550만명의 학생 중 한명이라도 수업을 듣지 못하면 실패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이라고 100%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발상을 갖는다. 온라인개학을 준비할 때처럼 여러 회사 관계자가 밤샘작업을 하지 않도록,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간단하게 인프라를 조정하고 변경할 수 있게 한다. 특정 클라우드가 장애를 겪어도, 빠르게 복구하거나 대체재로 유연하게 학생과 교사를 이동시키도록 한다.
온라인 교육은 수업 방식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기회기도 하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메신저나 온라인 학급 게시판을 통한 활동,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가상 실습 등도 적극적으로 채택할 만하다. 학생마다 다른 성취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온라인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인공지능이 교육과 만날 때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원격 수업의 성패를 가른다. 단순히 동영상 강의나 디지털 콘텐츠 수업자료를 시청하는 방식의 원격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자칫 지루할 수 있다. 이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물꼬를 터줄 해결책으로 떠오른다.
AI를 활용한 학습 도구는 학생들의 흥미유도 및 지속적인 학습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AI가 교육에 가미되면서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AI은 쉽게 말해 인간 두뇌의 역할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로, 학습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 최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파악해 데이터를 종합한 후,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한 결론을 실시간으로 도출할 수 있다.
일례로 AI 기반 맞춤형 수학 교육 플랫폼 ‘노리(KnowRe)’, AI 문제풀이 검색 플랫폼 ‘콴다’ 등이 대표적이다. 노리는 수학 문제 풀이 단계를 쪼갠 단위 지식을 코딩해,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서 어느 과정에서 막히는지 AI로 파악한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매스프레소가 개발한 ‘콴다(QandA)’는 학생들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촬영하기만 하면 풀이와 해답을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광학문자판독(OCR) 기술로 수학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은행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어떤 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하루에 300만건의 모르는 문제 검색이 이뤄진다. 매스프레소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에 선정돼, 성장 잠재력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종흔 매스프레소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AI가 가장 효과적인 효율을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은 개인화 된 맞춤 교육이기 때문이다"며 "특히 한국처럼 교육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장에서 맞춤교육은 일부 경험 많은 강사가 특정 계층에게만 제한적으로 행해왔는데, 미래에는 AI가 맞춤교육 역할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스프레소의 콴다는 전세계 교육 분야에서 가장 거대한 데이터 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향후 매스프레소는 콴다를 전 세계에 서비스 해, 확보한 유저베이스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사와 행정 담당자들도 AI로 인한 교육 환경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교사들도 AI로 인해 이로운 점들이 있다. 실시간 수업 현황을 받아보고,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AI 기술이 활용된 LMS이나 협업툴이 사용된다. 단순 반복적인 과제 평가나, 성적 처리는 AI 프로그램에 맡기고, 학습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사람이 판별하기 어려운 시험 부정도 AI가 추적한 행동 패턴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교육부도 3월 연간 업무계획에서 AI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 개발 활성화를 위해 공공·민간 교육용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6월 중 AI 원격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에듀테크를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하나로 선정하고 육성을 약속했다. 국내 경쟁력있는 에듀테크 기업을 발굴해 키우고, 해외진출까지 돕는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미래교육을 위한 에듀테크 활성화 TF'를 구성하고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해 민관합동으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승의날 기념연설에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감염병 상황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원격수업 시스템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 모든 학교가 에듀테크를 활용한 원격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생님들의 정보통신기술 활용역량을 강화하고, 행정업무 부담을 더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경쟁력 갖춘 언택트 솔루션, 뭐가 있나
AI가 교육에 필요한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교육 현장이 더 이상 교실에 머무르지 않는 ‘비대면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달로 반드시 학습이 교실에서만 이뤄질 필요가 없게 됐다.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교실이 아닌 공간에서 학생과 교사가 만날 수 있다.
비대면 원격 교육을 위해 현실적으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은 화상 회의 솔루션이다. 화상 수업은 녹화 강의 청취나 과제 중심 수업과 같은 일방향적 수업과 달리 쌍방향 수업에 속한다. 화상회의 솔루션들 중 단순 회의 기능뿐 아니라 문서 화면 공유, 출석 및 과제 평가 기능이 부가된 서비스도 있다.
국내 원격근무 솔루션 기업 알서포트는 화상 회의 서비스 ‘리모트미팅’을 학교들에 무기한 무상 제공한다. 최대 30명의 얼굴 화면을 띄울 수 있으며, 수업 참여자가 보고 있는 문서를 다른 참여자들에게 표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규모 수용력을 자랑하는 화상회의 솔루션들도 있다. ‘라인웍스’는 20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다. 메일, 메신저, 달력, 주소록, 설문, 파일공유 드라이브, 게시판 등 부가 기능이 탑재된 것이 장점이다. ‘구루미 비즈플랫폼’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해서는 최대 300명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한 화면에 64명의 얼굴을 띄울 수 있다. 교사가 단방향으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최대 1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원격 학습에 대한 평가 체계 부재뿐만 아니라 솔루션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에 긴급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화상 회의 솔루션들을 교사가 자체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상 회의 솔루션이 산발적으로 혼용되고 있으며 학습관리시스템(LMS)이 연계되지도 않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더 먼 미래에는 멀리 현장학습을 가지 않고도 교실 안에서 홀로그램 체험이나 관찰·실험 활동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 총대신 SW로 싸우는 시대...국방 AI, 두 토끼 잡는다2020.05.27
- 법 공부한 AI, 언택트 시대 법률 시장 확 키운다2020.05.27
- '미래 시민의 플랫폼' 스마트시티, 코로나19가 앞당긴다2020.05.27
- 스마트팩토리로 공장 폐쇄 리스크 최소화한다2020.05.27
구글은 3차원 이미지에 AR 기술을 접목해 모바일 속 현실에 물체를 직접 배치해볼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가령 근육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은 근육을 검색해 3D 모델을 볼 수 있다. 백상아리를 교실로 가져와 어느 정도 사이즈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스페이셜’은 아바타 화상 회의 솔루션을 보유했다.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AR 고글을 착용하기만 하면 자신의 방을 교실이나 체험학습 장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스크린 속 사각 분할 안에 갇힌 화상 회의보다 실감나는 수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