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신협)의 업무구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용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신협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법 대신 시행령을 고쳐 신협의 여신 영업기반을 넓혀준다는 방침이어서 신협으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 회의에서 '신협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보류하기로 했다.
이는 법사위가 저축은행이나 다른 상호금융조합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과 금융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신협법 개정안'은 업무구역을 뜻하는 '공동유대'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개 시군구 단위로 한정된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 10개 광역권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신협은 반경을 넓힐 수 있다. 가령 서울 관악신협은 관악구 안에서만 조합원을 모으거나 여수신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각 조합은 서울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신협 측은 이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영업범위가 좁다보니 우량 대출 발굴이 어려워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면 새마을금고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분위기가 바뀌었고, 결국 국회는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법안 개정을 놓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업권에선 불만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신협의 영업구역이 확대되면 각 지역의 소규모 은행은 소비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어려움에 놓일 것이란 목소리가 컸다. 신협의 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4천만원으로 늘어난 만큼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호금융 측 역시 지역 관계형 금융을 바탕으로 성장한 상호금융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는 여신확대에 국한해 기존의 공동유대 틀을 유지하면서도 영업구역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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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위원장은 "어제 밤늦게까지 신협과 논의해 대출 범위를 넓히는 것까지는 동의를 했다"면서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데 6개월 뒤 공포해야 하는 만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