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구역을 둘러싼 신용협동조합(신협)과 저축은행업계의 갈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협의 업무구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용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신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신협으로서는 숙원사업을 풀어낸 셈이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신협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법사위가 이를 통과시킬 경우 개정안은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게 된다.
'신협법 개정안'은 업무구역을 뜻하는 ‘공동유대’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군구 단위에서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 10개 광역권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간 신협 측은 이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영업범위가 좁다보니 우량 대출 발굴이 어려워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신협의 기반을 확대하려면 적어도 다른 협동조합과 같은 영업 환경을 갖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가 법안을 처리하면 각 지역의 조합은 반경을 넓힐 수 있다. 가령 서울 관악신협은 관악구 안에서만 조합원을 모으거나 여수신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각 조합은 서울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해진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신협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3월말 기준으로 신협은 전국에 883개 조합을 운영 중이며, 총자산은 약 104조원, 조합수는 63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협의 영업구역이 확대되면 각 지역의 저축은행은 소비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경영난에 놓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 신협의 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4천만원으로 늘어난 만큼 소규모 저축은행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저축은행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7% 이상, 유동성 비율 100% 이상 등 제약이 뒤따르나, 신협은 순자본비율 2% 이상의 규제 외에 유동성비율에 대한 규제는 받지 않는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신협법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같은 규제 아래 놓인 상호금융도 형평성을 이유로 신협법 개정안에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지역 관계형 금융을 목적으로 하는 상호금융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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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역시 신협법 개정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정무위원회에서 "신협의 영업범위를 넓히면 대형 조합은 수익성이 확대되겠지만 영세조합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다른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로 이어지면 지역기반의 서민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협이 업무구역을 넓혀 사실상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각종 세제혜택까지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역의 소규모 저축은행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