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들에게 디지털성범죄물 관리·감독의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n번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국민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신 비밀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를 야기할 조치가 없을 것을 분명히 하면서 반발이 다소 줄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해석의 논란이 남아 있어 인터넷 업계는 추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인원 178명 중 170명이 찬성, 2명이 반대, 6명이 기권하면서다.
n번방 방지법은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이 유통된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성범죄물 영상의 유통 방지를 위해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하라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비공개 대화방 서비스에도 적용될 경우 이용자의 통신비밀이나 사생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해왔다.
오픈넷에서도 지난 18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법의 취지대로 불법 촬영물을 막기 위해서라면, 공유되고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지만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용자 감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했다.
20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치의무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막기 위해 어느정도까지 검색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 결국 내용을 확인해야 해 통신 비밀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만 찾아내는 기술적 조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적인 대화는)들여다볼 수 없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산업 규제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통과된 법안 개정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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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들은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실제로 피해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해 왔지만,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밝힌 내용에 따라 시행령 등이 준비되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개진함과 동시에 개정안이 인터넷산업과 이용자인 국민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