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영승계와 무노조 경영과 관련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열흘만에 중국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재개로 심상치 않은 반도체 사업을 점검하고 향후 급변하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 1월 중남미 사업 점검 이후 100여일 만이다. 한·중 정부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를 이달부터 도입하는 데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가 중국에 첫 설립한 반도체 라인으로 3D V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42만평 규모에 임직원 3천여명이 근무한다. 2012년 1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3년 전자연구소 설립, 2014년 1세대 V낸드 양산, 2015년 후공정 라인까지 완공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시안2공장에 대한 증설투자로 80억달러(약 9조7천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안2공장은 앞서 준공한 시안1공장(2014년부터 양산 전개)과 마찬가지로 V낸드가 주로 양산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변기 속에서 자칫 실기(失期)할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막히면서 시안2공장에 반도체 전문인력 200여명을 급파해 증설 작업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발빠른 위기 대응과 과감한 미래 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을 찾아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이후 100여일 만에 이뤄진 글로벌 경영 행보다.
지난주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단독회동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을 공유하며 단독 회동을 한 만큼 미래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회사의 협력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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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사업에 대한 절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