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코로나 대응에 큰 공...한국판 뉴딜 기반 키운다

[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 ③통신망과 AI

방송/통신입력 :2020/05/18 07:18    수정: 2020/05/18 10:26

코로나19의 파장을 가장 먼저 탐지한 것은 인공지능(AI)이다. 다만 글로벌 수준의 보건 위기에 따른 변화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비대면 일상화로 이전까지의 삶의 방식은 바뀌었고, 산업 전반의 거센 변화도 거스르지 못했다.

국내 산업 상황을 살펴보면 수출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ICT 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ICT 무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전통시장도 코로나19에 무너졌다.

반면 ICT 기반의 비대면 비접촉 서비스 시장은 조명을 받았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경제를 확대시키면서 ICT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ICT 기반 비대면 서비스 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목은 한국에 쏠렸다. 예컨대 온라인쇼핑과 영상회의는 경험하지 못했던 호황을 맞이했다. 온라인 문화 활동도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새로운 일상과 경제활동이 생겨났지만, 코로나19 방역 대응 과정부터 언택트 경제, 비대면 서비스를 가능케 했던 ICT 인프라는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UN 산하 전문기구로 전기통신 관련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한국이 ICT와 AI를 활용해 감염병 위기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질병관리본부를 초청해 웹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비대면 일상화 이면에는 통신 네트워크

ITU가 주목한 ICT 기반 코로나19 방역 대응, 사상 초유의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 WHO 팬데믹 선언 속에서도 경제활동의 중단이 없었던 재택근무로 국가 ICT 역량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여러 ICT 역량 가운데서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된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덕분이다.

선진국이라 여겼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터넷 인프라 과부하를 우려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CP와 네트워크 품질을 임의로 조정할 때 국내에선 통신 과부하 우려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종교 활동까지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에서 네트워크의 역할은 더욱 빛났다.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지원하고,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유동인구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감염 위험을 줄였다. 그런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도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성공적으로 치러지는데 힘을 보탰다.

약 448만 명의 학생들이 디지털 교실로 모이는데 통신 네트워크 단계에서 문제점을 겪지 않았다. 트래픽 증가량을 예측하고 트래픽 병목 구간 용량을 증설하는 치밀한 준비를 보였다.

위기 상황에서 통신 네트워크는 이처럼 사회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통신 네트워크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ICT 산업 발전 기회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통신 네트워크는 사회안전망에서 혁신 인프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판 뉴딜’을 준비하면서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5G 인프라 조기 구축으로 꼽았다. 5G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하고 공공 정보통신망도 확충해 산업혁신 확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 = 테크리퍼블릭

■ 구축 운용 단계부터 AI 적용한 5G, AI 새 씨앗 토대

지난해 B2C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5G는 이전 세대 기술 방식의 네트워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전부터 구축돼 온 통신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했다는 점도 있지만 5G 시대에는 AI와 네트워크 가상화(NFV) 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됐다. 무선 통신에서만 30여년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탄생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5G를 첫 손에 꼽는 이유에는 융복합 산업을 촉진시키는 점도 있지만 5G는 그 자체만으로도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격지 않은 것도 5G 구축을 준비하면서 본격 도입한 AI 기술의 공이 크다.

이전에는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하면 현장 기술자들이 직접 나섰다. 통신사 엔지니어와 함께 통신장비 벤더가 머리를 맞대고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데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AI를 네트워크 운용 단계에 접목하면서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한다. 장애가 일어나기 전에 네트워크 품질에 문제가 없게 하는 부분도 AI가 맡고 있다.

전송망을 중심으로 기지국과 단말까지 이뤄지는 전송 구간의 데이터를 가상화된 환경에서 빅데이터와 AI로 분석한다. SK텔레콤의 탱고, KT의 닥터로렌 등이 대표적인 AI 적용 네트워크 운용 기술이다. 최근 LG유플러스는 회사가 운용하는 모든 기술 방식의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는 NMS를 가동했다.

이같이 운영되는 5G 네트워크는 또 다른 AI 서비스와 산업을 가능케 한다.

5G 상용화로 네트워크 장비와 차세대 스마트폰, 실감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이밍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고도화된 AI 기반 산업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기술 개발 관점에서 AI와 빅데이터를 논할 때 5G 네트워크가 빠질 수 없게 된다.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를 더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인프라가 5G란 설명이다.

한국판 뉴딜 계획도 이 때문에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우선 목표로 삼고, 도시와 산업현장 등에서 5G+ 융복합 사업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으로 마련되고 있다. 5G 네트워크 고도화와 데이터 기반 인프라, AI 인프라를 더한 것이 디지털경제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 인프라에서 주요 축으로 마련됐다.

이같은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기반시설과 물류서비스 체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다는 것이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골자로 요약된다.

■ AI+5G로 디지털경제 대응하려면...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 외에 인간 생활 전반이 모바일과 온라인의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사회 구조는 피할 수 없게 됐다. 5G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ICT의 발전이 토대지만 코로나19가 이를 더욱 앞당긴 시대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행정, 사회문화 등의 분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많은 과제가 쌓였지만 경제산업 분야는 보다 심각한 편이다. 세계 각국의 국경봉쇄로 경기 침체의 폭을 가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국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런 가운데 5G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이 그간 경험해온 네트워크 투자로 얻은 결과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와 초고속인터넷 구축 사업은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와환위기 당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감한 투자로 IT 강국의 초석을 다졌던 경험을 언급했던 대목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에도 모바일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경제혁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같이 통신업계의 대대적인 네트워크 투자로 초기 인터넷 서비스 산업 생태계를 갖게 됐고, 인터넷 산업은 모바일 영역으로 규모와 범위를 넓혔으며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 산업도 일군 경험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10여년이 또 흘러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이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5G 인프라는 다시 경제해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5G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등의 특성으로 이미 다른 산업과의 융합 서비스를 예고해온 기술이다. 5G 네트워크 구축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5G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300조원이 넘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은 5G를 ‘신 인프라’로 규정짓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5G 패권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저할 틈이 없다.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해졌다. 5G 투자는 결국 민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투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겠다며 정부의 몫인 제도 차원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안 된다는 직언이다.

5G 상용화 1년이 지나는 동안 조성된 투자 활성화 조건을 꼽는다면 국회 입법 등으로 이뤄진 투자 세액 공제를 꼽을 수 있다. 정부가 융한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며 관련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조기 주파수 공급으로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넓힌 점도 5G의 등장과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됐다.

다만 이전까지의 수준에 머물면 더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 5G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 방식의 통신 네트워크에 머물지 않게 하고, AI를 더해 새로운 산업의 토대 수준으로 조기에 마련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정책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코로나19 대응 보고서를 통해 “일반 기업과 종사자들이 디지털플랫폼에서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할 때 보상 제공을 통해 산업 구조 고도화와 기업지원 연계를 도모할 필요가 크다”며 “이과 관련된 예산지원도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5G를 기본 인프라로 삼아 AI를 담은 새로운 산업을 일구기 위해 예산지원도 과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네트워크 구축 투자 확대를 위해 해묵은 논쟁도 끝내야 한다. 예컨대 글로벌 표준화 기구에서도 5G 표준으로 삼을 예정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대한 답을 내려야 관리형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위해 5G 투자 요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