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작지만 귀여운 것이 참 많다. 월급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새로 나온 아이폰SE 얘기다.
아이폰SE는 큰 휴대폰이 불편했던 사람, 게임이 잘 돌아가는 휴대폰을 원하는 사람,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애플 iOS 생태계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딱 맞는 휴대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6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2세대 아이폰SE를 며칠간 들고 다니며 사용해봤다.
■ 4.7인치 아이폰SE…"한 손에 쏙,영상은 답답"
이번에 출시된 2세대 아이폰SE는 4년 전 출시된 1세대 아이폰SE(4인치)보다 조금 커진 4.7인치 레티나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외관은 아이폰8과 유사하며 무게도 148g으로 동일하다. 홈 버튼을 탑재했으며 후면은 글래스 및 알루미늄 디자인이 적용됐다. 블랙 색상을 직접 사용해 봤는데, 블랙 색상은 완전히 까맣다기보다는 그레이 색에 가까웠다.
아이폰SE를 처음 쥐었을 때의 느낌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강했다. 그동안 6인치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콤팩트 필이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6인치대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크기는 점점 커졌는데, 이런 큰 스마트폰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4.7인치 크기는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중에서 텍스트와 동영상 등을 이용하기에 가장 좋은 옵션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이폰 모델 중에서 4.7인치 모델이 5억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팔렸다. 작은 크기의 아이폰SE는 특히 주머니에 넣거나 작은 미니백에 넣을 때 편했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듯 아이폰SE의 작은 크기는 영상을 보거나 텍스트를 읽을 때 불편할 수 있다. 이미 커진 스마트폰 화면에 적응이 된 사람이라면,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영상과 텍스트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작은 아이폰SE의 화면은 눈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기사를 읽거나, 블로그를 볼 때도 한 화면에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확연히 줄었다.
■ A13 바이오닉 칩셋 탑재…"게임 쌩쌩, 몰입감은 아쉬워"
이번 아이폰SE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현재 나온 칩셋 중 가장 빠른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칩셋인 A13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 칩셋을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에도 탑재한 것이다. 해당 칩셋을 통해 아이폰SE는 애플리케이션 실행과 최신 게임 플레이에 있어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소셜 어드벤처 게임 '스카이: 칠드런 오브 라이트'와 스피드 게임인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 '프로거 인 토이 타운' 등을 직접 해봤다. 세 게임 모두 부드럽게 구동됐다. 게임은 잘 돌아갔지만, 작은 화면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카이 게임의 경우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데, 이때 작은 화면의 몰임감이 특히 아쉬웠다.
스카이 게임을 이용했을 때 17분 정도가 지나자 발열이 조금 발생하긴 했지만, 휴대폰이 지나치게 뜨거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17분 게임을 하고 난 후 배터리는 7% 줄었다. 1시간에는 약 25% 정도가 닳는 셈이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SE의 배터리 시간은 아이폰8과 동일하며, 동영상 연속재생 13시간이 가능하다. 무선 충전이 가능하며 18W 고속 충전도 지원해 30분 만에 최대 50%를 충전할 수 있다.
■ 후면 카메라는 하나…"사진 좋지만, 접사·초광각 아쉬워"
아이폰SE는 전면에 7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후면에는 1천200만 화소 싱글 와이드 카메라를 탑재했다. 광학 이미지흔들림 보정(OIS) 기능을 적용했으며 최대 5배 디지털 줌과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최근 스마트폰은 후면 카메라 탑재 대수를 점점 늘려나가는 추세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카메라 3개가 탑재됐으며, 갤럭시S20울트라에는 4개 카메라가 탑재됐다. 삼성은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51에도 접사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 심도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 4개 카메라를 탑재했다.
반면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는 후면에 단일 카메라를 탑재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풍경 사진이나 내부 사진을 찍었을 때 카메라가 여러 개인 스마트폰과의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광학 이미지 흔들림(OIS) 기능도 지원돼 야간 촬영에도 무리가 없었다. 단, 야간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가 1개인 만큼 접사나 초광각 사진, 화질 좋은 줌 사진 등을 찍기는 어려워 카메라를 다양하게 많이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 조명, 심도 제어 등 여러 효과가 제공돼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음식 사진을 찍을 때는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
■ 이참에 iOS 느껴볼까?…"애플 생태계 진입 장벽 허물어"
아이폰SE의 구매 포인트 중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가격이다. 아이폰SE 자급제 모델은 저장용량에 따라 55만원(64GB), 62만원(128GB), 76만원(256GB)다. 이동통신3사의 출고가는 이보다 더 낮다.
현재 아이패드를 쓰고 있어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꿔 연계해 쓰고 싶거나, iOS 생태계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비싼 가격으로 진입장벽이 있었던 사람에게 이번 아이폰SE는 그 장벽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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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해진 아이폰 가격 덕분에 아이폰과 애플 워치, 에어팟을 약 1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자급제 모델로 64GB 용량의 아이폰SE(55만원)와 애플워치 시리즈3(25만9천원), 에어팟 유선 충전 케이스 모델(19만9천원)을 함께 구매한다면 100만8천원에 휴대폰, 스마트워치, 이어폰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SE가 저렴해진 가격과 컴팩트한 사이즈, 고성능 칩으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을 애플 생태계로 끌어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