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억 규모 블록체인 R&D 사업 이르면 이달말 결정

데이터 경제 원천 기술..."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컴퓨팅입력 :2020/05/13 06:43    수정: 2020/05/13 13:32

5년간 약 4천800억원을 투입하는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여부가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경제' 시대 블록체인이 데이터 수집·유통 영역에서 주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국이 국가 주도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세계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 잡기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번 대규모 블록체인 R&D 사업을 통과시켜 블록체인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R&D 통해 차세대 블록체인 핵심 기술 확보 목표

1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된다.

예타는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로 300억원 이상이 지원되는 신규 R&D 사업에 대해 사전에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심사하는 제도다. 예타를 통과해야 사업이 확정되고 실제 추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해 11월 이번 사업의 예타를 신청했다. 이번 사업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4천761억원을 투입해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블록체인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산업에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수집·유통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데이터의 신뢰성이 보장되고 소유권이 분명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를 풀 적격 기술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도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계획에 맞춰 블록체인 핵심 기술 확보 사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이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은 ▲기술개발 ▲실상용화 지원 ▲공공시범사업을 통한 확산 ▲국내 산업계 지원 등 4개 분야의 11개 과제로 구성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기존 블록체인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블록체인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해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사업에는 블록체인 트릴레마(탈중앙화, 보안, 확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를 극복한 고성능·고효율 블록체인 합의알고리즘 개발과 일반 사용자도 안전하게 활용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스마트컨트랙트 개발 과제가 포함됐다.

합의알고리즘과 스마트컨트랙트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핵심 요소 기술이지만,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 오픈소스 블록체인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해, 이를 개선하면 우리나라가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미 BNS 상용화...전문가들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지금이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지만, 아직 초기 시장이라 적기에 투자만 이뤄지면 선도국 대열에 진입도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박용범 단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핵심이 되는 기반 기술은 시간이 지난 뒤 따라잡기가 힘든 영역"이라며 "인공지능(AI) 분야도 핵심 엔진은 다 해외 기업 것을 가져다 쓰고 있데 이런 상황이 블록체인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다행히 블록체인은 초기 기술이라 선두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분야"라며 "이번 예타를 통해서 국가의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블록체인 핵심 기술 R&D에 직접 나서야 할 이유도 명확하다. 민간에서는 합의알고리즘이나 스마트컨트랙트 같은 원천 기술까지 직접 개발할 동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기술을 가져다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더 중요한 과제다.

더군다나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스타트업 규모가 대부분인데다가 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장기적인 R&D에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 비유해서 생각해 보면 웹페이지를 만드는 걸 국가 사업으로 하자면 모두가 반대하겠지만 인터넷 망 같이 기반이 되는 것은 국가가 나설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블록체인도 인터넷 만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분야고 현재 나와 있는 합의알고리즘이나 스마트컨트랙트가 완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 필요성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 패권을 놓고 주요국가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글로벌 초대형 IT기업을 필두로 민간 영역에서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해 중국 중심의 시스템 세계회를 꾀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국가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 정부의 블록체인 행보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정보센터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를 직접 개발했다. BSN 개발에는 중국 통신사와 IT 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BSN은 중국뿐 아니라 해외 기업도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미 중국 내 네트워크는 상용화했고, 글로벌 기업용 네트워크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BSN의 출범을 놓고 "중국이 다른 국가에 기초 인프라를 제공해 선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관련기사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참여자가 많을 수록 영향력이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큰 기술이라 퍼스트 무버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며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직접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이어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발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함께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데이터가 모이고 결합될 수 있게 하는 블록체인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