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관련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검찰이 이번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금주 중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공개소환 전면 폐지되면서 출석은 비공개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거론하면서도 자신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불거졌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때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삼성에피스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 부풀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될 당시 삼성바이오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가치가 뛰었고,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 과정에서 증거인멸 지시 혐의가 있던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증거인멸 혐의를 받은 삼성그룹 임직원 8명은 구속 기소됐으며 지난해 말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삼성 전·현직 고위 간부들을 수차례 불러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조사에 나서왔다.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등을 소환한 바 있다.
아울러 이날 검찰은 삼성바이오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부회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투자증권 사장이었던 유 부회장을 상대로 합병 과정 관련 사항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될 당시 대표 주관사를 맡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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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8일에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재소환해 합병 과정 그룹 수뇌부 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장 전 사장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옛 삼성 미래전략실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일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