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메가톤급 파격 선언을 했다. 삼성에서 더 이상의 4세 경영은 없으며, 무노조 경영이란 말도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특히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와 경제계가 이어온 '경영 세습'에 대한 종식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향후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경영승계와 노사문제에 대한 포괄적 사과 수준을 예상했던 모두에게 충격적이다. 이미 3세, 4세 경영 승계를 했거나 준비 중인 여타 많은 대기업들 내부에서는 '이거, 너무 나간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계는 물론 창업 82년의 삼성그룹 역사상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부회장이 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 형식을 빌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가히 새로운 시대를 향한 뉴삼성의 미래 희망 선언이자 자기 반성문이라 할 수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지탄과 이에 대한 반성과 참회,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처한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사과, 약속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이날 이 부회장이 발표한 내용은 단순한 사과문에 그치지 않는다. 사과문의 시작을 반성과 참회로 시작했다는 점이 그렇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진지한 반성과 참회에서부터 시작한다. 남탓이나 완고한 편견이 아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은 이날 미래의 희망을 쐈다.
우리는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반칙과 편법, 특권의식, 그리고 승자 독식의 잘못된 관행에 사로 잡혀왔고 지금도 케케묵은 관념과 사고방식에 기대고 쉽사리 버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구시대 유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유독 글로벌 성공 신화를 이룬 삼성에게만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과제도 이러한 '이기면 장땡',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불공정하고 잘못된 성공 신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저항을 우리 모두가 꿈으로 바꾸는 일일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식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재벌 총수로서의 특권을 내려놓았다.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과 기대에 호응한 것이다. '삼성 만큼은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길을 가라'는 국민의 회초리를 달게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우리 사회를 더 윤택하게 하고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췄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자신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업 리더로서 미래 세대를 적극 양성하겠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 스스로를 '우리 사회에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라 지칭한 바 있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았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다면서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까 나름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당시 그는 이렇게 최후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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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서 열심히 경영해서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제가 받아왔던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재벌 3세로는 태어났지만 선대서 이뤄놓은 우리 회사를 오로지 제 실력과 제 노력으로 더 단단하게 더 강하게 더 가치 있게 만들어서 저 자신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 인생의 꿈이었고 기업인으로서의 목표였습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끝나더라도 오늘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철저히 지키고 기업인으로서 꿈을 꼭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과거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였던 삼성의 오늘을 우리가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