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 시청률 조사가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청률 조사를 위한 패널 선정이 유료방송 유형별 모집단을 비례적으로 대표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케이블TV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조사업체 측은 "패널 문제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고, 이를 반영해 보정조치를 취하고 있어, 시청률은 실제와 유사하다"고 해명하지만 일부 방송채널사업자(PP)는 시청률 왜곡 때문에 광고 매출이 30% 줄었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PP는 케이블TV를 대표하는 패널이 실제 이용자 숫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탓에 시청률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시청률 조사를 위해선 실제 플랫폼 가입자 수에 비례한 패널 선정이 필수이지만, 현재 시청률 조사에 동원되는 패널은 IPTV나 위성방송에 유리하게 선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시청률 조사는 TV를 시청하는 가구 중 일부를 ‘패널’로 선정해 이뤄진다. 전체 TV 이용자를 대표하는 패널이 시청하는 채널의 선호도에 각종 보정치를 더한 결과가 최종 시청률로 표시된다.
■ 시청률 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 제기는 시청률을 조사하는 민간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실제 플랫폼 이용자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 패널을 모집한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IPTV는 실제 이용자 숫자에 비례해 더 많은 패널 수가 확보된 반면, 케이블TV는 실제 이용자 숫자보다 더 적은 패널 수로 시청률 조사가 이뤄지는 탓에 부정확한 조사결과가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1~3월 닐슨 코리아의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에서 산출된 결과에 따르면, 시청률 조사에 동원된 모집단(전체 이용자) 및 비율은 ▲케이블TV 984만2천740가구(49%) ▲IPTV 953만7천831가구(48%) ▲위성방송 94만5천78가구(5%)다.
그러나 실제 시청률 측정에 동원되는 패널수 및 비율은 ▲케이블TV 1천298가구(32%) ▲IPTV 2천583가구(64%) ▲위성방송 565명(14%)이다.
유료방송 유형에 따라 모집단 크기와 패널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케이블TV의 경우 모집단과 패널의 괴리가 크다.
PP업계 관계자는 “한 패널 가구가 대표하는 가구 수가 많을수록 데이터의 안정성은 떨어진다”며 “케이블TV의 모집단과 패널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반면, IPTV는 모집단과 패널이 매년 늘면서 플랫폼 간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불균형한 시청률 조사, 왜 문제인가
콘텐츠를 제작·편성하고 이를 플랫폼을 통해 송출하는 방송프로그램사업자(PP)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이때 광고주는 시청률을 기반으로 광고 단가를 책정한다. PP 입장에서는 시청률에 따라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PP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광고주는 시청률을 통해 광고 효율을 판단하고, PP에 광고 청약 및 재청약을 한다”며 “패널 수가 적으면 정확한 시청률을 책정하기 어렵고 광고 효율 역시 판단하기 어렵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PP의 광고 영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피해 사례로도 나타난다. 또 다른 PP업계 관계자는 “매년 유사한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청률은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시청률이 저하된 시점이 플랫폼 간 패널 불균형이 심화된 시점과 겹친다”며 “제공하는 콘텐츠의 경쟁력은 그대로지만 시청률만 줄면서 매출은 2017년 대비 지난해 30% 이상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에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는 플랫폼 간 패널 불균형을 고려해 ‘보정치’를 투입, 왜곡을 바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가입자 비율에 맞춘 패널 선정이 어려운 만큼, 자체적으로 분석한 보정치를 추가해 정확한 시청률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케이블TV 가입자층이 주로 지방거주자·고령층이라는 점 때문에 패널을 선정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고려해 보정치를 추가해 시청률 계산에 추가하고 있고, 현재 발표되는 시청률은 실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왜곡된 시청률 조사, 왜 발생하나
PP업계는 왜곡된 시청률 조사가 시행되는 배경으로 닐슨코리아가 사실상 독점 기업이라는 점과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꼽는다.
PP업계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업체는 닐슨코리아 외에도 몇 곳이 더 있지만, 국내 광고시장에서는 95%가 닐슨이 조사한 시청률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산출한다”며 “닐슨코리아가 외국계 기업인만큼, 국내 사업자의 요청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청률 조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산하기관인 코바코를 통해 ‘시청률 검증기구’를 운영했으나, 관련 예산이 삭감된 이후 시청률 검증 기능은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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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나서 시청률 조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업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왜곡된 수치를 통해 국내 사업자에게 피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만큼, 닐슨코리아의 협조 못지않게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청률은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되는데, 표본의 제약 및 보정치에 대한 이슈로 검증이 어렵다는 것은 문제”라며 “(닐슨코리아가) 외국계 기업이면서 민간 사업자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미디어 사업 간 거래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