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노키아가 완전히 배제됐다. 앞서 차이나모바일의 5G 장비 주문에서 배제된 데 이어,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모바일의 5G 장비 기업 선정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24일 '2020년 5G SA 신규 건설 프로젝트 무선 주장비 연합 구매 공시'를 통해 25만 개의 기지국을 건설하는 장비 공급업체로 화웨이, ZTE, 에릭슨, 다탕을 선정했다.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공동으로 지역을 분배해 5G 네트워크 건설에 나서고 있어 함께 장비를 발표했다.
중국 언론은 앞서 차이나모바일의 371억 위안 규모 장비 입찰에서도 고배를 마신 노키아가 이번 공급에서도 배제되면서 사실상 중국 통신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써 중국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에릭슨만 살아남았다. 중국 통신 시장에서 화웨이 등 자국 통신장비 중심의 5G 통신 네트워크 구축이 강화되고 있다. 앞서 미국 통신사의 대규모 5G 장비 구매 계약에서 노키아와 에릭슨이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반면 화웨이와 ZTE가 배제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언론 둥팡차이푸는 "중국 5G 시장에서 에릭슨은 '변방화'하고 노키아는 설 자리를 잃었다"며 "유럽 통신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처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ZTE와 화웨이의 수혜기업인 노키아와 에릭슨은 해외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간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의 점유율은 30% 선으로 비교적 개방적인 기조였지만 미국의 제재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은 2G~4G 장비 채용에 있어서 '3(화웨이+ZTE+다탕)+2(에릭슨+노키아)' 기조를 이어왔다. 2G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중국산 장비가 아예 없었으며 3G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중국산 기지국 장비가 절반 수준, 4G 시장에서는 70% 수준이었다. 반면 5G 장비 시장에서는 85~9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둥팡차이푸는 "미국 티모바일이 4월 초 430억 달러(약 53조 405억 원) 규모의 5G 장비 구매 계약에서 노키아와 에릭슨을 공급업체로 확정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와 ZTE는 입찰 참가 자격 조차 없었다"고 상기했다.
미국의 주력 공급업체가 된 노키아와 에릭슨 장비를 중국 시장에서 대량 구매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지난해 중국 3대 통신사의 5G 통신 장비 구매 총량 점유율에서 총 13만 개 중 화웨이가 50%, ZTE가 20%, 다탕이 5%, 에릭슨과 노키아가 25%를 차지하면서 이미 중국산 장비 채용 비중이 75%를 넘어섰다. 이어 지난 4월 초 이뤄진 차이나모바일의 올해 5G 장비 구매 낙찰 점유율에서 화웨이가 57.25%, ZTE가 28.68%, 에릭슨이 11.45%, 다탕이 2.62%를 차지하면서 자국산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무역 전쟁의 심화로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더해지면서 중국 5G 시장에서 중국산 장비 의존도 편향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5G 장비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중국 시장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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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향후 5G 투자가 계속되는 동안 노키아가 재진입할 가능성도 배제되진 않고 있다.
노키아 측은 지난 주말 '차이나텔레콤 및 차이나유니콤의 2020년 5G 무선 장비 구매 공시에 관한 성명을 내고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노키아는 40년 간 중국 통신사의 장기적 협력 파트너로서 2억 명의 사용자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통신사뿐 아니라 인터넷, 교통, 에너지, 제조, 금융, 스마트 시티 등 약 100개 업종 선두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바 중국에 대한 믿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