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세계 주요 IT 전시회가 코로나19로 연이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예정된 굵직한 국제 행사가 예정대로 개최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 남은 행사는 오는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0'과 9월 말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0'을 꼽을 수 있다. 독일 정부가 5천 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10월 초까지 금지하면서 IFA 2020은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컴퓨텍스 2020은 개최 시기를 6월에서 9월로 연기했지만 대만 정부가 14일간 자가 격리와 사전 허가 후 입국 등 강력한 검역 정책을 펼치고 있어 방문자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양대 행사가 9월에 몰리며 각 IT 기업도 어느 행사에 참가해야 할지 저울질해야 할 상황이다.
■ IFA 2020, 코로나 방역정책 따라 축소 불가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는 매년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그러나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일 현재 15만 3천명을 넘어섰고 5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 정부도 오는 10월 24일까지 5천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 참석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IFA 조직위원회는 지난 22일 행사 취소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IFA 조직위원회는 "행사장인 메세 베를린 등과 몇 주 동안 새로운 컨셉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빠른 시일 안에 IFA 2020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IFA에는 총 2천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고 6일간 24만 5천명이 방문했다. 독일 정부가 제시한 기준인 5천명을 충족하려면 하루 방문자 수를 지난 해 기준 4만 1천 명에서 80% 이상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참가 업체 감소와 1일 관람객 수 제한 등 행사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
다만 독일 정부가 지난달 17일부터 5월 15일까지 EU 이외 국가 국민 입국 금지를 시행하는데다 한국 등이 사증면제협정을 정지한 상황이다. 5월 15일 이후 독일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독일 대사관은 현재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지난 해처럼 많은 인원이 IFA를 관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 컴퓨텍스 2020 9월 말로 연기
매년 중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PC 관련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0은 올해 6월이었던 개최 시기를 9월 말로 옮기고 장소도 난강전람관 제2관만 활용하는 것으로 크게 축소했다. 컴퓨텍스를 주최하는 타이트라(TAITRA,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유행 당시 개최 시기를 6월에서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타이트라는 개최 시기를 9월로 연기한 근거로 매킨지의 감염병 보고서를 들었다. 타이트라는 "중국과 동아시아의 대유행이 2분기 초부터 안정 상태에 들어가고 유럽과 미국의 대유행 역시 6월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텍스 전시회에는 매년 4만 2천명 이상이 방문한다. 이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중국과 일본, 한국 국적 관람객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말에 접어들며 한 자리수로 급격히 떨어진 반면 일본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 2천명을 넘어섰고 하루에 수백 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대만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 역시 지난 3월 중순 강화한 입국 금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사전 입국 신청을 거쳐 허가된 사람만 입국이 가능하며 입국 후에도 대만 내 지정된 장소에서 14일간 자가 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대만의 검역 조치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컴퓨텍스를 연기해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 글로벌 IT 기업들, 양대 행사 참여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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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0이 9월 초, 컴퓨텍스 2020이 9월 말 개최를 염두에 두면서 인텔과 AMD, 엔비디아와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도 두 행사를 두고 저울질중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나 실적에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컴퓨텍스는 PC 위주 행사이며, 실제 탑재 제품 등을 보여 주는데는 IFA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IFA에 비중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