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빅데이터·분산원장기술 등 신기술을 접목한 테크핀 기업이 늘어나면서 금융감독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기업과 소통을 강화해 '섭 테크(Sup-Tech)'로 감독 업무를 바꿔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사들은 컴플라이언스·리스크·자금세탁방지·이상거래탐지 등 준수해야하는 의무에 기술을 입힌 '레그 테크(Reg-Tech)'로 변환 중이다. 정교하고 빈틈없이 법 규정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편에 걸쳐 국내 금융감독의 섭 테크, 금융사의 레그 테크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엑셀 파일 아닌 빅데이터·AI로 금융 감독한다
(하) '아차' 하는 실수없앤다...우리·신한은행 규제 준수에 AI 접목
■ 규제 완벽히 지키기 위해 기술 도입하는 금융권
레그 테크는 법규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나 새로운 컴퓨터 네트워크 활용, 데이터 분석 기법과 같은 정보 기술이 활용된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입력과 분석에 자동화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하고, 솔루션이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를 반영해 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모든 업무가 포함된다.
데이터 분석의 정확성과 시기 적절성 면에서 강점을 지니다 보니 국내 은행들도 레그 테크 고도화나 도입을 진행 중이다. 금융 관련 규정이 복잡해지고 있고, 해당 규정에 근거한 상품·서비스 개발 등 검토해야할 부분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금융혁신 규제장벽에 관한 전문가그룹(ROFIEG)'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6년 사이 500%이상 금융 관련 규정이 바뀌어 시의적절하게 대처하는 레그 테크 시장인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주니퍼 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금융사가 규정 준수 부담을 줄이고 규제 위반 벌금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레그 테크 지출이 2017년 106억달러에서 2022년 763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들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한 은행권의 음직임들 중에 하나가 레그 테크"라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사의 레그 테크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금감원 IT핀테크전략국 장성옥 부국장은 "법규 준수를 위해 금융사가 기술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전파해 다른 금융사도 따라할 수 있는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 금융사 외에 전자금융업자의 레그 테크 활용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장 부국장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전자금융업자도 자금세탁방지, 고객 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레그 테크 선례나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유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 수출입·약관 적정 판단여부에 AI 적용
국내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레그 테크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인공지능 기반 제재법규 심사시스템을 가동했다. 현재는 수출입 업무에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 인식 기술과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기반으로 수출입 서류의 분류, 텍스트 추출, 심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심사 프로세스 중 위험 요소에 대한 자체 점검과 심사와 점검 결과가 데이터베이스화되도록 구현됐다.
또 우리은행은 챗봇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법률과 규제를 일러준다.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이 헷갈리는 규제가 있을 경우 챗봇에 질문하면 챗봇이 가장 최신의 법규를 알려주는 것. 예를 들어 고액 현금 거래 기준을 질문하면, 기준과 함께 부차적으로 필요한 규제 정보를 제공한다.
앞으로 우리은행은 약관 적정성을 인공지능이 사전 판단해 결과를 제공하는 레그 테크를 실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반 기계 독해 기술을 자체 개발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적용해 신규 상품과 서비스 출시 전 약관의 투자자 보호 항목 포함 여부와 적절성 판단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 신한은행, 정보 보호 준수 업무에 2018년 도입
신한은행은 2018년 12월 디지털 금융 보안 및 글로벌 정보보호 컴플라이언스 준수 업무에 레그 테크를 도입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정보 보호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매월 정보 보안 점검 항목에 따른 점검, 점검 내역 관리, 테마별 점검 등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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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측은 "정보 보안 모니터링과 관리 체계, 현장 점검 업무 전산화 등을 시행했다"며 "국내 본점 및 영업점서 사용하는 각종 단말기와 전산기의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현장 점검 업무도 시스템화해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전기통신 금융 사기 방지를 위해 2020년 4월 누적된 전기통신 금융사기 거래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금융사기를 잡아내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