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쿼바디스] AI로 국회의원을 뽑으면...

데스크 칼럼입력 :2020/04/14 09:35

내일 총선이 치뤄진다. 300명의 새 국회의원들이 탄생한다. 이중 지역구 의원은 253명이다. 이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있을까. 현재의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위법으로 출발했다. 국회의장단 선출이 법정 시한을 한참 넘긴 후 이뤄졌다. 여야간 무모한 힘겨루기 때문이였다.

판사는 판결로, 기자는 기사로, 의원은 입법으로 말한다. 20대 국회는 2만1349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중 통과된 건 5231개다. 1만개 이상 법률안이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20대 국회는 양(量)으로도 낙제점이다. 본회의 개최 시간이 485시간에 불과하다. 19대(837시간)보다 무려 352시간이나 적다.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국회에 있어야 할 의원들이 책무를 팽개치고 엉뚱한 곳에 가 있었던 탓이다. 시도때도 없이 언론에 터져나온 막말과 몸싸움은 그 때문이다. 19대 국회도 당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더 후퇴했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그런 의원들을 뽑은건 우리다.

요즘 인공지능(AI)이 곳곳에서 맹활약 하고 있다. AI로 의원을 뽑으면 어떨까. AI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편견이 불가피한 인간보다 더 낫지 않을까. 때마침 이번 총선은 복잡하기까지 하다. 비례대표 용지에 등록한 당만 35개다. 용지 길이가 48.1cm로 기네스감이라고 한다.

어제 지인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사전 투표를 했다. 뭐하는 당인지, 어느 당의 아바타 정당인지 모르고~. 깜깜이 투표해야 하는 국민과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참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이다." 지인은 국내 최고 대학을 나왔다. 대기업 IT회사에서 사장을 지냈고, 지금도 유명 인터넷회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깜깜이 투표 운운하는게 21대 총선이다.

AI로 의원을 뽑으면 사기, 살인 같은 전과자를 걸러낼 수 있다. 여성이나 장애인에 혐오 발언을 한 사람을 피할 수 있고, 전문성 파악도 인간보다 더 잘 할 것이다.

미국 뉴욕에 이런 사례도 있다. 뉴욕 판사들이 2008년부터 6년간 발생한 피의자 55만5000명 중 40만명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판사들은 직접 피의자를 보고 보석 여부를 결정했다. 물론 피의자 신상 기록과 전과 등의 자료를 참고했다. 이번에는 AI시스템이다. 피의자 55만5000명 자료를 AI시스템에 주고 보석자 40만명을 고르게 했다. AI가 데이터로 고른 40만명과 판사들이 직접 보고 뽑은 40만명 중 누가 더 '모범자' 였을까. 그렇다. AI가 뽑은 사람들이 더 나았다. 재범률과 다음 재판에 무단 결석하는 비율이 AI시스템이 선정한 사람들이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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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18년 4월, 일본 총선에 AI후보가 출마했다. AI 정치인은 사람 정치인과 달리 사리사욕이 없다.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 연계돼 있지도 않다. 오로지 입법과 행정부 견제에 집중할 수 있다. 일본 AI후보는 이를 집중 홍보했다. 우리도 언젠가 AI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모험정신은 우리가 일본보다 한 수 위다. 이미 AI기자, AI화가, AI작곡가, AI소설가가 나왔다.

내일 총선을 앞두고, 21대 의원들이 정신차리라고 써봤다. 아 참, 일본 AI정치인은 어떻게 됐을까. 4000여 표밖에 얻지 못해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