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배달의민족’ 플랫폼 독점 방지를 위해 공공배달앱을 개발한다고 나서 연일 이슈다.
소상공인들과 이용자의 호응이 쏟아지면서 배달의민족을 벌써 지웠다는 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공공배달앱이 나오면 꼭 설치해 쓰겠다는 예비 이용자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는 모습이다.
이 지사의 인기도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오랜만에 급상승 되는 분위기다. 마치 홍길동이 나타나 악덕 기업을 혼쭐내고, 서민의 피·땀·눈물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감동적인 장면이 연상된다.
기업들의 횡포에 이재명 지사가 직접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면, 이를 통해 서민들의 지지를 더 끌어 모으려는 전략이라면 몇 가지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A사가 만든 이 모바일 채팅 서비스는 1년에도 몇 번씩 먹통이 된다. 서버 관리가 부실해서인지, 임직원들의 근무 행태가 느슨해져서인지 걸핏하면 문자 송수신 에러가 발생한다. 급한 용무를 주고 받아야할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지만 금전적 보상은 없다. 사과 안내문 하나로 넘어간다. 공공채팅앱을 경기도가 만들어 1년 365일, 24시간 끊김이나 지연 없는 안정적 모바일 채팅 서비스를 선보이면 어떨까.
이 회사 역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B사 얘기다. B사는 선정적인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뉴스 사회면을 자주 장식한다. 생방송 도중 노출 사고를 일으켜도,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도 경징계로 끝난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방송 진행자가 영구 퇴출을 당해도 광복절 특사마냥 사면을 받아 방송에 복귀한 전례도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방송 진행자에게 환전이 가능한 유료 아이템을 선물할 수 있는데, 수천만원에 달하는 결제가 이뤄져 평온했던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기도가 최신식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과 문자 판독 기술을 녹여 깨끗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개발하면 어떨까.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C사 얘기다. 이 회사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대부로 존경 받고 있지만, 매우 낮은 확률형 아이템의 조합을 통해 캐릭터와 장비를 끝도 없이 강화해야 하는 게임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때문에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아이템 거래 사기와 현피(온라인상에서 일어난 다툼이나 분쟁이 비화돼 분쟁의 당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물리적 충돌을 벌이는 일) 문제 등을 낳았다. 경기도가 이 기회에 탄탄한 세계관과 노가다 없이 실력만으로 재미와 보상을 얻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다면 ‘게임강국 코리아’의 옛 위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검색 포털사인 D사는 선거철만 되면 검색 결과와 연관 검색어 등 공정성 이슈로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는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 특정 키워드가 갑자기 사라지면 D사가 어느 정당 편이어서 그렇다는 음모론이 나돈다. 검색 결과나 서비스 측면에서도 이용자들로부터 구글 검색에 밀린다는 비아냥 소리를 듣는다. 이 기회에 경기도가 나서 구글 검색을 뛰어넘는 검색 포털 서비스를 구축하면 어떨까. 미국에 빼앗긴 정보통신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다.
이재명 지사가 공공배달앱 개발 못지않게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의 화룡점정은 바로 통신비 정책이다. 경기도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해 매달 통신비 걱정에 허덕이는 도민의 어려움을 챙긴다면 이 역시 통신3사들의 횡포를 잠재우는 극약처방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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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에 가까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나열해봤다.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배달의민족의 새 요금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불리하니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는 발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부당한 요금 정책이라면 규제 당국이 혼쭐을 낼 일이다. 과속을 하면 현장 일선의 경찰이 나서 벌금 딱지를 떼고 벌금을 물릴 일이다. 갑자기 정치인이 출동해 사업자의 운전대를 빼앗아 “이제부터 내가 운전한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