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소상공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해진 금액만 내면 배달의민족 앱에 자신의 식당이 노출됨으로써 광고 효과를 누렸는데, 이제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을 판 금액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떼여서 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그 동안 비교적 적게 내고 많이 버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많이 벌 수록 내야 할 수수료도 함께 커진다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손해라는 생각이 이번 논란의 불씨를 당긴 듯 싶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다면 누구라도 비슷한 고민과 걱정이 앞설 것도 같습니다.
비판 논란이 커지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개편된 요금제로 피해를 보는 업주들의 마음을 세심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대책 마련도 약속했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유리한 요금 정책이라고 꺼낸 카드가 오히려 소상공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 이번 사태.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누구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릴까요. 이번 논란에서 무엇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 ‘깃발 꽂기’ 논란이 오픈서비스 새 논란으로 이어지다
요금제 개편이 있기 전까지 배달의민족 앱에 내 음식점을 노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월정액 요금 8만8천원을 내고 ‘울트라콜’이라는 상단 영역에 내 음식점을 노출시키든가, 최상단 영역인 ‘오픈리스트’에 무작위로 내 음식점이 노출되는 조건 하에 주문값의 6.8% 수수료를 내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울트라콜 영역에서 발생됩니다. 하나의 음식점이 여러 지역의 울트라콜에 가입, 인근 지역으로 배달 영역을 무분별하게 확장한 것입니다. 울트라콜은 지역 기반으로 월정액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성산1동도 배달하고 싶고 성산2동도 배달하고 싶다면 2개 울트라콜에 모두 가입해야 합니다. 또 ‘한식’ 코너에도, ‘분식’ 코너에도 내 식당이 노출되고 싶다면 이 역시 2개의 울트라콜에 가입해야 합니다. 일종의 땅 따먹기 같은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깃발 꽂기’라 부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력 있는 음식점이 이 지역, 저 지역까지 음식 배달을 했고 이는 일반 음식점의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또 특정 지역의 경우 깃발을 20개 꽂아도, 30~40개 꽂은 음식점들에게 밀려나는 과열 경쟁의 비극도 일어났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월 1천만원을 내고, 깃발 200개 이상을 꽂은 음식점까지 있었다고 하니 기형적인 경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탄생한 새 요금제가 바로 이번에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 ‘오픈서비스’입니다. 돈 많은 식당이 우승자가 되는 '깃발 꽂기'가 문제였으니, 누구나 똑같은 수수료 기반으로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뒤 ‘거리’와 ‘맛’(평점)으로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게 한다는 게 배달의민족이 세운 새 전략이었습니다.
영세한 음식점도 맛과 서비스로 승부하면 이용자 선택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도 더 검증받고 빨리 배달올 수 있는 음식점들을 우선적으로 보게 돼 둘 다 이득이라는 그림입니다. 배달의민족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음식점들은 그 만큼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것이니, 이에 맞는 추가 비용을 더 내도 상호 합리적이란 시각도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 취지는 좋았지만 세심하지 못한 정책 아쉬워
취지는 좋았지만 소상공인연합의 반발에 부딪친 건 기존 요금 체계로 장사를 잘 영위하던 음식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지역에 깃발 꽂고 고정된 비용을 쓰면서 주문량을 늘려가던 음식점 입장에서는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반가울리 없습니다. 가뜩이나 불경기라 허리띠를 바싹 조여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죠.
열심히 일해도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내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쥐꼬리인데, 여기에 광고 수수료까지 올려 받겠다고 하니 가만있을 사람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배달의민족에 대해 펑소 음식점들이 내 가게에 손님을 끌어다 주는 동반자라는 시각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 돈을 내줘야 하는 악덕 사업자란 시각이 새 요금제 불만에 기름을 부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잘잘못을 따져보자...정치권이 나설 문제 맞나?
그렇지만 배달의민족이 하려는 새 요금 체계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달의민족이 '깃발 꽂기'를 무한정 허용했던 기존 요금 체계는 분명 실책입니다. 공정해야 할 플랫폼이 일부 돈 많은 세력에 휘둘렸고, 이는 일반적인 음식점과 이용자 피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깃발 꽂기 제한을 두지 않았던 배달의민족 책임이 크다고 보입니다. 이를 악용한 음식점들의 잘못은 그 다음입니다.
뒤늦게나마 이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배달의민족의 의지와 새 개선책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음식점들이 맛과 서비스, 그리고 신속 배달로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고 사용자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는 구조로 바꾸려는 변화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많이 팔수록 내야 할 수수료도 따라 커지는 요금 체계에서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음식점들의 경우 어떻게 연착륙 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뒤늦게 오픈서비스 4월 수수료의 절반을 상한 없이 돌려주는 지원책을 마련했으나, 이 같은 대책이 먼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체는 아니겠지만 배달의민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진 소상공인들도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깃발 꽂기 식의 기존 영업은 내 이득을 위해 다른 이의 손해를 일으킨 비정상적인 영업 방식입니다.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의 출혈은 인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그냥 버려지는 돈이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내 가게에 손님을 불리고 매출을 쉽고 빠르게 올려주는 도움에 대한 대가입니다.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수수료 기반 정책으로 당장 광고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걱정할 음식점 중 상당수는 그 만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총선과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면서 배달의민족 요금 체계 논란이 더 크게 부풀려진 측면이 없잖아 있어 보입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특정 기업을 공개 저격하고, 여론의 입맛에 맞는 말들만 골라 쏟아내는 것도 썩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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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논란에서 얻고 배울 건 ▲배달의민족은 시장 우위 사업자로서 좀 더 시장의 반응과 여파를 세심히 살폈어야 한다는 점 ▲소상공인들은 기존 전단지 광고에서 플랫폼 광고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변화에 너무 인색했던 것 아닌지 되짚어볼 일입니다.
나아가 담당 규제 기관이 있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시대를 살면서 총선을 의식한 듯 정치권과 정치인이 특정 기업을 공개 저격하고 여론몰이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