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는 노동자인가, 개인 사업자인가

[이슈진단+] '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쟁점(상)

인터넷입력 :2020/04/02 17:32    수정: 2020/04/03 08:07

권상희, 손예술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노동의 형태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만 50만명 가량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법률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다. 그에 따라 노동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쟁점'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배달 라이더는 노동자인가, 개인 사업자인가

(하) 플랫폼 노동, 4차산업혁명 관점에서 혜안 찾아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특수를 누리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플랫폼 산업'이다. 플랫폼 산업은 대개 포털과 게임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대면의 강점을 갖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이 강점이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배달앱과 모빌리티 서비스 등도 비슷한 플랫폼 산업이다. 그런데 이들 산업의 경우 포털이나 게임과 달리 플랫폼 사업자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접 고용보다 개별 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공하는 노동을 '플랫폼 노동'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은 47만~54만명으로 추산된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물류 브랜드 '부릉'.

■ '플랫폼 노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플랫폼 노동을 하는 사람은 기업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제공도 자신이 원할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제공할 수 있다. 우버 드라이버처럼 노동과 함께 작업에 필요한 차를 자신이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특성 때문에 플랫폼 노동을 특수고용직과 유사하다고 본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위임 계약이나 도급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는데, 플랫폼 노동자들도 비슷한 구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자임을 판단할 수 있는 '사업자(타자)에의 종속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박정환 정책기획국장은 "플랫폼 노동의 장점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일하는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직접 고용이 아닌데도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휘감독의 범주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로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노동계와 달리 이들을 개인 사업자로 본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서비스 사업자와 노동을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는 별도의 사적 계약을 하는 것이며 이 계약에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는 게 양쪽에 다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그게 서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미나 정책팀장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는 출퇴근시간을 지정하고 업무 지시를 내려야 하는 등의 의무를 갖고 있지만, 실제 플랫폼 노동계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라이더들의 경우 주로 선택적이고 자유로운 업무를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배달의민족에서도 직접 고용한 라이더들은 2천명인데, 개인 사업자로 계약을 맺은 이들보다 오히려 급여가 더 적다고 설명했다.

■ 법적 지위가 어떻든 안전망 고민해야 할 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박정환 정책기획국장은 "전통적인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포함하지 않는 고용 형태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이런 사각지대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노동 역시 노동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 관련 사회안전망 도입과 법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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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1일 개최된 플랫폼 노동 포럼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새로운 산업이라고 해도 노동에 대한 기준은 필요하다"면서 "플랫폼 노동에 근로기준법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입법취지와 소득기준, 고용보장 등 노동법이 지향하는 가치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미나 정책팀장은 "자유로운 노동까지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지정하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의 의무도 늘어난다"며 "이렇게 하면 시장 자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에서의 사용자성과 노동자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종합보험이나 라이더에게 필요한 안전 조치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 처우에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