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선수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간판 타자인 추 선수가 팀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천달러(약 123만원) 씩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총 지원금 규모가 19만1천달러(약 2억3천500만원)에 이른다.
국내 언론들은 2일 일제히 추신수 선수 미담 얘기를 보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우울한 상황에 전해진 훈훈한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그렇게 세심하게 마음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언론들의 기사는 AP통신을 인용한 것이었다. AP는 한국 시간으로 2일 오전 6시경에 ‘Rangers vet Choo giving $1K each to 191 Texas minor leaguers’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각 매체들이 쏟아낸 추신수 미담 기사를 읽으면서 살짝 불편했다. ‘외신은 인용하지만, 국내매체의 보도는 인용하지 않는’ 보도 행태 때문이었다. 그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 추신수 미담 사례, 국내 기자가 AP보다 하루 먼저 소개
나는 추신수 선수의 미담 사례를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기 전에 접했다. 물론 AP 기사를 읽은 건 아니다.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있는 이영미 기자가 쓴 인터뷰 기사를 통해 추신수 선수 얘기를 알게 됐다.
네이버에서 ‘이영미 人터뷰’란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미 기자는 어제 오후 3시45분에 ‘한 마이너리그의 고백’이란 인터뷰 기사를 출고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 팀 소속 엘리 화이트 선수와 인터뷰한 기사였다.
이영미 기자에 따르면 화이트 선수는 한국 취재진에게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서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리곤 추신수 선수 얘기를 했다.
그는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천달러 씩 지원하기로 했다는 얘기와 함께 자신과 관련된 특별한 얘기를 꺼냈다. 추신수 선수가 매주 지급되는 식사비(meal money) 1천100달러를 자신에게 지원해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구단이나 메이저리그로 부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그는 추 선수 덕분에 기본적인 생계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것. 그 고마움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 기자와 인터뷰를 자청했다고 이영미 기자는 전해주고 있다.
이영미 기자가 쓴 추신수 선수 얘기는 AP 기사보다 더 감동적이다. 내용도 훨씬 풍부하다. 게다가 직접 수혜를 받은 선수 인터뷰여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국내 언론 중 이 기사를 인용한 곳은 찾기 힘들었다. AP보다 먼저 출고됐고, 더 풍부하게 취재한 내용인 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인용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은 드라이하게 쓴 AP통신 기사를 충실하게 인용 보도했다. 그 부분이 살짝 불편했다는 얘기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의 보도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국내 경쟁사 보도 출처 밝히지 않는 관행, 이제는 바꿔야
타사 특종이나 단독 보도 기사를 충실하게 인용해주는 미국 언론들과 달리 국내 언론들은 경쟁사 보도를 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갈무리해서 추종 보도하거나, 추가 취재를 한 뒤 쓰는 경우는 있어도, 최초 보도 매체를 밝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관행 때문에 훨씬 더 풍부하고 감동적인 국내 기사는 외면하고, 나중에 보도한 외신을 인용한 것이 아닐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언론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 혁신’이었다. 동영상을 비롯한 뉴미디어 혁신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 기본기’를 더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꼼꼼한 사실 확인과 정확한 보도가 그 출발점이다. 취재원의 언론 플레이를 잘 가려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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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적절한 인용 보도’도 우리 언론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외신들은 잘 인용하면서, 국내 언론 보도는 최초 보도 출처를 제대로 밝혀주지 않는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추신수 선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기사를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던 건 이런 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