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아시아에 이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發 경기 위축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공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대책은 무엇인지 총 4편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TV 등 가전 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스마트폰에 이어 가전 부문도 수요 둔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이 연기되고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해지며 스포츠 이벤트 특수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가전 수요 둔화 불가피…2분기 실적 영향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업 매출 절반은 미국과 유럽에서 나올 만큼 이 지역은 TV를 포함한 가전의 주요한 수요처다. 대표적인 내구재인 가전은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올해 전체 가전 시장의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대다수 의견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이동을 통제하고 전반적으로 물류나 교역이 멈춰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고 있어 수요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는 잘 방어하고 있지만, 2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초래된 글로벌 수요 충격은 TV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며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판매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변수가 코로나19 종식 시점과 맞물려 있어서 아직은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체 시장의 수요 위축을 전망하면서도 “LG전자의 사례를 봤을 때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스타일러 등 에어솔루션 가전 수요가 기대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보다 한국 기업이 더 타격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국내 업체보다 중국 내수 의존과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업체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 글로벌 제조사들의 시장 내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퍼지며 중국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 실적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중국이 괜찮아지는데 국내 업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미국과 유럽의 수요가 둔화되면 한국 기업이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실제로 TV 수요가 무너지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TV 시장,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 못 누려
올해 TV 시장에 대한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전제는 유로 2020과 도쿄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프로모션으로 수요를 늘리는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되는 해엔 프리미엄 TV 판매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유럽축구연맹(UEFA)은 17일(현지시간) 유로 2020를 1년 연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12일~7월12일 예정된 유로 2020은 내년 6월11일~7월11일로 미뤄진다. 아울러 오는 7월 도쿄에서 개최 예정인 올림픽 역시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등급 올림픽 공식 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기업으로서 독점 마케팅 권한을 확보해 둔 상태다. TOP 기업의 경우 4년마다 1억 달러 (약 1천242억원) 정도를 IOC에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5G 스마트폰’과 함께 ‘8K TV’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세웠다. 만약 올림픽이 연기되면 올해 8K QLED TV를 홍보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IOC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LG전자 역시 지난해 8K 올레드(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일본 시장에 출시하며 도쿄올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당시 LG전자는 일본에서 OLED TV 원조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공세를 한다면 (스포츠 이벤트 시행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소비 자체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서 섣불리 기대하기에는 일러 보인다”며 “이전 전망 대비 10% 이상의 물량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동기 대비 9%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도쿄올림픽과 유로2020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던 2분기 출하량은 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유럽 전시회도 줄취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상반기 열릴 예정이었던 가전 관련 행사들이 연기·취소되는 것도 가전 기업들의 마케팅·홍보 전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참가 예정이었던 글로벌 전시회들은 물론 자체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태다. 거래선과 대면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미 오는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CES 아시아'나 중국 최대 가전박람회 'AWE 2020'도 연기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도 비슷한 처지다.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정용품 박람회 '시카고 국제 가정용품 박람회 2020(IHHS 2020)'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의 사전 행사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가 취소됐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연기됐다.
LG전자는 ‘LG 이노페스트’ 개최를 취소했다. 'LG 이노페스트'는 LG전자 고유의 지역 밀착형 신제품 발표회로, 주요 거래선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다. LG전자는 지난해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중동아프리카의 거래선을 각각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 “방역에 만전…공급단에는 차질 없어”
지난 2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져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국내 다수 업체가 가슴을 졸인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톈진 TV 공장과 쑤저우 가전공장, LG전자 톈진 공장 등이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과 유럽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 유럽 헝가리·슬로바키아 TV 공장, 폴란드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냉장고 공장과 므와바 TV 공장, 미국 테네시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이 가동 중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양사는 공장에 철저한 방역을 진행하며 임직원들의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가동이 중단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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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18일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서 “초기 중국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에) 전혀 차질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현재는 생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상황이지만 다른 나라는 시작하는 단계로 코로나 때문에 소비자 유통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2월에는 중국 춘절 이후 가동률이 정상화되지 않아 공급단에 문제가 있었다”며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현재로서는 공급보다 수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