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든 두 명의 과학자가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다.
씨넷에 따르면 미국계산기학회(ACM)는 18일(현지시간) 팻 한라한과 에드 캣멀을 2019년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ACM은 이날 캣멀과 한라한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3D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 근본적인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영화 제작 등 여러 분야의 컴퓨터 제작 이미지(CGI) 활용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영국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인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딴 튜링상은 ACM이 컴퓨터과학게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1966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지난 해에는 인공기술(AI)의 기초를 닦은 조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얀 르쿤 뉴욕대 수리과학과 교수가 수상했다.
■ 3D 그래픽 분야 새로운 지평…'아바타' 등 특수효과 기틀 닦아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캣멀과 한라한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픽사를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픽사는 원래 ‘스타워즈’를 만든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가 운영하던 루카스필름의 애니메이션 제작 부서였다.
하지만 자금난에 시달린 루카스는 1986년 컴퓨터 그래픽 담당 부서를 스티브 잡스에게 매각했다. 이 부서는 당시 사용하던 ‘픽사 이미지 컴퓨터’ 이름을 따 픽사란 회사로 별도 독립했다.
캣멀은 갓 출범한 픽사의 사장을 역임했다. 인수 자금을 댔던 스티브 잡스는 회장직을 맡았다.
공동 수상자인 한라한은 현재 스탠퍼드대학 컴퓨터그래픽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라한 역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픽사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한라한은 픽사가 렌더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렌더맨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자동화한 소프트웨어다. 이를테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물체에 빛을 얼마나 반사시킬 지 등을 바로 결정해 준다.
이 소프트웨어는 픽사가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픽사의 많은 영화들에 사용됐다.
아바타,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등 영화사를 빛낸 명작들이 렌더맨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작에 오른 47개 작품 중 44개에 렌더맨이 사용됐을 정도다.
두 사람은 또 둠, 콜오브 듀티, 포르자 모터스포트 등 비디오 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만드는 데도 많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상현실(VR)이 새롭게 각광받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씨넷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이젠 슈퍼 컴퓨터와 인공지능(AI) 작업에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컴퓨터 그래픽 중요성 갈수록 부각…"당연한 수상" 반응 많아
튜링상은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이란 명성에 걸맞게 상금도 두둑하다. 구글 후원 덕분에 수상자들은 100만 달러 상금을 받게 된다. 돈과 명예가 함께 따라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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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한라한 교수는 “충격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씨넷이 전했다. 캣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컴퓨터과학계에서는 두 사람의 수상 소식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라고 씨넷이 전했다. 최근 들어 컴퓨터 그래픽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받을 만한 사람’에게 상이 주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