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7.5원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한 1243.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 마감 직전 원·달러 환율은 1246.7원까지 치솟으면서 1250원선을 위협했지만 마감 직전 하락했다. 2010년 6월 11일 원·달러 환율이 1246.1원으로 마감한 직후 9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외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단기 달러 조달 시장에서의 달러 부족 현상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봤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 후반부터 단기 시장에서 달러 경색 현상이 있었다"며 "한국 시장만의 문제만은 아니고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글로벌 경기 우려 둔화하면서, 달러를 사고 보자는 심리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3월초부터 조금씩 나타났으며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은 다시 불안감을 촉진해 달러화를 사게 해 원·달러 환율을 상승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전문위원도 "우리나라 증시 하락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신흥국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 주식 매도 후 원화 재투자가 아닌 달러를 재투자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정희 전문위원은 "역내외 달러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면서 환율이 크게 올랐고, 역내 스왑포인트 등을 볼 때 역내 달러 자금도 부족하다고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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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내놓은 정책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10년 간 봐왔던 정책이라 약발이 좀 떨어졌다"며 "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하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상황이 개선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불안심리가 이어지곤 있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있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정희 전문위원은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로(0)금리까지 낮추고 양적완화했는데도 미국 증시가 10% 이상 빠진 것을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며 "공포감이 진정돼야 시장도 안정되고, 달러 수요 쏠림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문 위원은 이어 "과거라면 원·달러 환율의 저항선은 1250원으로 봤는데 그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면서 "주식 변동성, 스왑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왔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