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뺨치는 車 클러스터 대세..."개성도 살아있네"

[이슈진단+] 자동차 디지털 클러스터 시대

카테크입력 :2020/03/13 15:07    수정: 2020/03/13 17:36

자동차 계기반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더니, 이제는 더 커진 디지털 화면으로 운전자에게 편리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외제차 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는 대화면 디지털 클러스터의 주요 기능과 차종별 차별화 전략, 그리고 개선점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자동차 업계에서 차량 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쪽 시야에서 보여주는 화면을 ‘클러스터(cluster)’라고 말한다. 보통 연비, 속도, 요소수 충족 현황, 운행 거리, 하이브리드 운행 정보, 내비게이션 정보 등 다양한 주행 정보가 제공된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 클러스터가 4인치 이하로 작았지만, 최근에는 원형 바늘 계기반을 과감히 없애고 10인치 이상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탑재된 차량 출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마치 태블릿 PC 한 대가 스티어링 휠(운전대) 바로 뒤쪽에 탑재된 듯한 느낌이다.

10인치 이상급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테슬라 모델 S 등에 적용됐지만, 이제는 국내에 출시되는 다양한 차종에도 적용되고 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공개된 현대차 준중형 세단 7세대 아반떼에도 10인치 이상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장착된다.

■ADAS 주행보조 등장 후 입지 커진 디지털 클러스터

디지털 클러스터와 첨단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ADAS)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운전자에게 효율적인 주행보조 기능을 보여주려면 뚜렷하고 선명한 클러스터 개발이 필수다.

제네시스 EQ900이 출시된 지난 2015년 말에는 국내에 7인치 이상급의 클러스터가 대세를 이뤘다. 이전에는 주로 4인치 이하 급의 디지털 클러스터가 탑재됐는데, 당시에는 ADAS 시스템의 중요도가 떨어졌을 때였다.

7인치 이하급의 클러스터는 앞차와의 간격, 차선 유지 보조 실행 여부 등을 그래픽으로 보여줬지만, 클러스터의 크기 한계가 있었다. 주변에 위치하는 장애물이나 차량 통행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10인치 이상급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ADAS 그래픽의 한계점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바깥 날씨와 연동되는 새로운 디자인의 기아차 3세대 K5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모하비 더 마스터에 내장된 클러스터. 이날 빗길주행 연비는 7.7km/L로 기록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가장 대표적인 ADAS 강화 클러스터를 탑재하고 있는 차량은 제네시스 GV80과 테슬라 모델 S·모델 X 등으로 나뉜다.

세 차종은 공통적으로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탑재하고 있고, 주변 차선 차량 통행까지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테슬라 차량은 클러스터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이나 트럭 또는 버스 형상까지도 보여준다. 게다가 실선과 점선을 스스로 구분해 표현해준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방향지시등 작동 시 차량의 좌측과 우측 화면을 보여주는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능은 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들어간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90에도 탑재되는 만큼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10인치 이상급의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사이드 미러 카메라 화면을 보여주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향 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카메라 화면과 함께 필수 주행 정보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티볼리는 계기반 클러스터 애플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뜨는 두 번째 모델이다. 첫 번째는 코란도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차별화가 생명, 카플레이 표출해주거나 날씨정보도 반영

ADAS 중요도 상승으로 클러스터의 크기도 넓어지면서, 운전자 개성에 맞춘 다양한 클러스터 디자인과 차별화된 기술들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우선 주행모드에 맞춘 다양한 클러스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만약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속도계 폰트가 달라짐과 동시에 전체적인 배경색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경제 운전을 하는 에코모드로 설정하면 초록색이나 밝은 하늘색 화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풀 디지털 클러스터 디자인의 추세는 '심플'이다. 기존 바늘형 계기반에 익숙했던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최근 다양한 신차에 바늘형 계기반 디자인을 본 딴 풀 디지털 클러스터 디자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을 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현재 판매중인 코란도와 티볼리에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장착했는데, 이 디지털 클러스터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는 미러링 기능이 있다. 즉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화면의 콘텐츠를 풀 디지털 클러스터로 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코란도와 티볼리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통해 애플 카플레이 또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을 마련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기 위해 시선을 자주 센터페시아 쪽으로 향해야 하는 운전자들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BMW 7세대 3시리즈 클러스터는 이전 판매 차량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디자인 변화폭이 적어 아쉽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는 현재 판매중인 K5 12.3인치 클러스터에 날씨 연동형 테마를 적용했다. 만약 바깥 날씨가 어둡거나 흐리면 이에 맞춘 클러스터 화면을 자동으로 내보낼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최근 출시한 XM3를 통해 풀 디지털 클러스터 시대를 열었다. 주행모드에 따라 다양한 클러스터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고, 사용자 선택에 따라 주행정보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주행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변화하는 르노삼성차 XM3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고장나면 블랙아웃” 품질 신뢰성이 앞으로 문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오는 2023년에 판매되는 신차 약 81%가 디지털 클러스터를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의 RPM 현황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가 많아짐에 따라, 디지털 클러스터의 입지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미래형 자동차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도로에 가상 그래픽을 입히는 증강현실형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풀 디지털 클러스터도 소형차량 뿐만 아니라 초소형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자동차 업계가 풀 디지털 클러스터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은 바로 품질 신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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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동차 인터넷 카페에서는 차량 내부 고장으로 인해 실내 클러스터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등장했다. 클러스터가 사라지면 바늘형 계기반이 비상시 대체제 역할을 해야 되는데, 바늘형 계기반 없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의 고장은 사용자들에게 난감함을 줄 수 있다.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뜻하는 RPM 현황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콘텐츠를 클러스터쪽에 탑재시키면, 오히려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 자율주행시대가 돌입되기 전까지 안전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클러스터에 띄우는 것이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가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