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제화, 특금법 다음 수순은 '과세'

[이슈진단+]특금법 통과, 가상자산 산업 영향 분석(하)

컴퓨팅입력 :2020/03/12 15:17    수정: 2020/03/12 21:13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에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가상자산 관련한 첫 번째 법제화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이 법제도 공백 상황에서 형성된 만큼, 특금법 시행 이후 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특금법이 무엇인지, 가상자산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상자산 과세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상·중·하 총 3편에 걸쳐 분석한다.[편집자주]

특금법 통과로 가상자산 거래 이익에 대한 과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 이익에 세금을 매기려면 과세근거가 될 거래 내역이 필요한데,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를 통해 이용자 거래 내역 확보가 가능해지면서다.

개정된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심 거래를 보고하기 위해 이용자 확인을 강화하고 거래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과세당국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인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게 된 셈이다.

이로써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소득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정책 수립에 한층 추진력을 얻게 됐다. 기재부는 오는 7월 말 발표할 '2020년 세법 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방안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기간 동안 세법상 가상자산의 성격과 양도가액·취득가액 추적 가능 여부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적용 방안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가상자산 거래 이익에 대한 과세 논의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특금법으로 기본적인 과세 인프라 마련

지난해 말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내 외국인(비거주자) 이용자에게 803억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 이익도 과세 대상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공식화됐다.

기재부는 빗썸 내 외국인에 대한 세금부과가 법적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에, 기존 소득세법 상 가상자산을 비거주자의 기타소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반박하고, 이와 별개로 거주자 및 비거주자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해 2020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해 추진할 주요 조세 정책에 '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소득 과세방안 마련'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실제 가상자산 과세가 이뤄지려면 상당히 많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특히 과세 근거 확보에 필요한 '과세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 큰 걸림돌이다. 개인의 가상거래 내역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선결과제인 것이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물론 지갑 업체까지 사실상 모든 이용자의 거래 내역을 보관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개정된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 실명 확인, 이용자 별 거래 내역 분리, 1천만원 이상의 고액거래나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 발시 FIU에 보고 의무를 지게 됐다. 또,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체할 때 보낸사람과 받은사람의 정보를 모두 확보하도록 했다. 이용자 별 거래 내역을 모두 기록·보관하고 금융당국이 요청할 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가 된 것이다.

과세 당국 입장에선 이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가상자산 서비스 이용자의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과세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재부 역시 특금법 통과로 과세인프라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며 과세 정책을 수립 중이다. 기재부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 등 의무를 부과 하는 특금법을 기반으로 과세정보 제출을 위한 기술인프라 개발구축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세 인프라 구축에 시간 걸릴 듯...합리적인 과세 방안 논의 필요

하지만, 실제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도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특금법에 따라 각종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기한이 아직 1년 6개월 가량 남았고, 거래 내역 추적을 넘어 거래 차익까지 확인하도록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최근 관련 세미나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차익을 파악하는 과세인프라 구축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과세인프라 구현까지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되면서, 당장 올해 7월에 마련할 세제 개편안에 가상자산 거래 과세에 어떤 세목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처분할 때 생긴 자본이득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복권 등 일시적인 소득에 부과하는 '기타소득세' 증권거래에 적용되는 '거래세' 등이 적용 가능한 세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상자산의 거래로 얻은 소득에 비례하는 세금 부과가 당초 과세 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도소득세 적용이 가장 합당한 방안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려면 개인의 가상자산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데, 당장 이정도 수준의 과세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 일년에 많게는 수만회씩 거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도 차익을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세 도입은 거래금액의 0.1% 정도 낮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시장 친화적인 적용방안이다. 하지만 거래세 자체가 손실 과세와 이중과세 문제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 새롭게 과세 기준을 만들고 있는 가상자산에 적용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타소득세는 가상자산을 팔아 원화로 이익을 실현했을 때 20%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과세당국 입장에서 과세포착이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로 손실을 보는 경우에도 거래자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100만원에 사서 90만원 손실을 보고 10만원만 출금했다고 해도, 세금을 2만원 내야한다.

대안으로 거래세 또는 기타소득세를 먼저 적용하고 과세 인프라가 마련된 후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거래소를 포함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과세를 제도권 진입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에 이어 세법 개정에 가상자산이 포함되면서 가상자산 산업이 단계적으로 체계를 갖춰나가게 됐다"면서도 "가상가상자산 산업이 신산업 분야인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과세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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