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이타적 행동 선택할 수 있다"...실험으로 증명

네덜란드 국립신경과학연구소 "적은 보상엔 이타적, 큰 보상엔 이기적"

쥐도 인간처럼 자기의 손해를 재지 않고 타인의 이익을 생각하는 이타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커런트바이올로지,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립 신경 과학 연구소(NIN) 연구팀은 최근 “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뇌의 작용에 의해 이타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2개의 바구니를 가까이 두고, 각 바구니에 쥐를 넣었다. 그리고 한 바구니에 2개의 레버를 준비해 특정 레버를 누르면 간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쥐 자료사진(제공=픽사베이)

그리고 ‘2개 레버 중 특정 레버를 누르면 간식을 준다’는 걸 쥐에 학습시키고 난 뒤, 과학자들은 쥐가 간식 레버를 누르면 옆 바구니 바닥에 약한 전기 충격이 가해지도록 배선을 고쳤다.

그러자 쥐는 특정 레버를 누르면 간식이 주어지는 것을 알았지만, 옆에 있는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걸 알아차리자 간식이 나오는 레버를 그만 눌렀다.

연구팀에 따르면 반응의 강약에는 개체별 차이가 있었다. 옆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눈치 챈 순간 두려움에 레버 누르기를 그만둔 쥐가 있는가 하면, 다른 레버를 누르는 쥐, 레버 누르기를 그만뒀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는 쥐도 있었다.

또 연구팀은 레버를 누른 보수로 주어지는 간식의 양을 3배로 늘린 뒤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아도 같은 레버를 누르는 것이 판명됐다. 쥐는 이타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적 행동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인간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때 뇌의 고통의 중추로 알려진 전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이 기능적 자기 공명 화상 법(fMRI)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쥐의 뇌에 국소 마취약을 주사해 사람의 전대상 피질과 같은 영역의 활동을 저하시키자 옆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아도 레버 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연구 논문의 주요 저자이자 NIN 연구자인 율렌 허난데즈 라렐먼트 씨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쥐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걸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발레리아 가졸라 씨는 “인간과 쥐가 같은 뇌의 영역을 사용하고, 타인에게 해를 주는 행위를 피하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 “우리가 동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동기는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쥐가 사람처럼 공감 능력과 이타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시카고 대학교 연구진은 한 우리 속에 쥐 2마리를 넣고 2주 동안 같이 지내게 한 뒤 새 우리로 옮겨, 한 마리는 구속장치 속에 가두고 나머지 한 마리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밖에서만 열 수 있게 만들어진 구속장치에 갇힌 쥐는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뒤 연구진은 쥐가 특별히 좋아하는 초콜릿 무더기를 우리 속에 넣어주고 자유롭게 다니는 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자유로운 쥐는 초콜릿을 혼자 먹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쥐를 먼저 풀어줬다. 실험 대상 쥐 30마리 중 52%는 동료 쥐를 풀어주고 초콜릿을 나눠 먹었다. 또 ‘이타적인 쥐’ 중 일부는 몇 입을 미리 먹어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곧 구속장치로 돌아가 문을 따고 동료를 풀어준 뒤 초콜릿을 함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