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울의대생의 창업기...“노화문제, AI로 풀고파”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 “인간의 존엄한 삶 연장에 노력”

중기/벤처입력 :2020/03/09 11:18    수정: 2020/03/09 19:27

“장수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어야 합니다. 노화가 두렵지 않은 그 날을 꿈꾸며 인간의 존엄한 삶을 연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본과 3학년생이면서, 이제 막 사업을 꾸린 새내기 창업가다. 실비아헬스는 노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문제들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에이지 테크’(Age Tech) 회사다. 지난해 말 서울대학교와 디캠프가 공동 주관한 공모전(미니 디데이)을 계기로 팀이 구성됐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하버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전재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창업가로 합류하기도 했다.

고명진 대표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전공을 바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의과 대학 입학 후 독거노인 방문 진료 봉사를 시작하면서 그는 노인들이 치매가 아닌지 염려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를 기술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노인과 노화에 대한 관심이 이런 생각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

“어르신들은 작은 일에도 치매가 아닌지 염려하시더라고요. 또 가족들과 자주 연락을 못하다 보니 외로워 하셨고요. 이에 AI 기술을 통해 노인분들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에이지 테크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고명진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꿈꾸며 전공을 선택한 경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창업을 결심하고 이를 알렸을 때 주위에서는 ‘의외’라는 시선을 보였다. 학우들의 걱정도 컸고, 특히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제가 스타트업을 하는 것에 대해 의외란 반응이 많았어요. 프린스턴 대학 동기들은 사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진다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줬지만, 의대 친구들은 매우 놀란 반응을 보이며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더라고요. 가족도 처음에는 몹시 반대하셨고요. 안정된 의사 길만 밟길 바라셨죠. 하지만 저의 진심어린 열정과 사업의 공익성을 높게 보시고 끝내 허락해주셨습니다.”

서울대학교X디캠프 미니 디데이에서 수상한 실비아헬스

아무리 창업 의도와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실제 창업은 그야 말로 전쟁터다. 인재를 모아야 하고, 이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해주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과, 적절한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이 중 고 대표가 창업에 있어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은 바로 채용이다.

“팀을 꾸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다행히 실비아헬스의 초기 팀원들은 저와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요. 전재민 CTO가 대표적이죠. 오랜 유학 생활로 한국에 있는 팀원을 찾기가 초반에는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풀타임, 파트타임, 그리고 인턴까지 합류해 점점 구조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법인이 없는 상황에서 저만 믿고 팀에 합류한 구성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비아헬스는 고령층의 심리 건강과 두뇌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과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심리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을 위한 케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의료적 도움뿐 아니라 나아가 사회에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케어 애프트 케어’라는 개념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실비아헬스는 노인분들을 위한 심리지원 서비스의 임상연구를 앞두고 있어요. 이와 함께 초기 투자 유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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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해커톤 행사에서 발표 중인 고명진 대표.

고명진 대표는 구성원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업무수행을 중시한다. 회사도 성장해야 하지만, 이 안에서 개인들도 함께 커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제가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개인성장입니다. 새내기 창업가인 저에게 실비아헬스는 정말 큰 도전입니다. 하지만 저는 실비아헬스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성장할 것이라 믿으며, 성장통을 즐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