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도 사람처럼 확률에 근거해 판단 내린다

오클랜드 대학 “대형 유인원 이외 동물서는 최초 사례”

일반입력 :2020/03/04 19:17

사람의 말을 잘 흉내 내는 앵무새가 도구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동료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앵무새가 확률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이 소식은 네이처, 사이언스얼럿, 기가진 등 외신이 보도했다.

뉴질랜드 남쪽섬 고유종인 케아 앵무새는 음식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매우 높은 학습 능력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 앵무새를 ‘신의 현명한 어릿광대’라고 부른다.

앵무새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케아에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걸 찾아낸 주역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연구자인 알렉스 테일러 조교수와 아밀라 바스토스 박사다. 동물학과 심리학 두 가지 측면에서 지성에 관해 연구하는 두 사람은 6마리의 케아 앵무를 이용해 확률 이해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는 ‘오렌지 색 제비’와 ‘검은색 제비’를 채운 2개의 병을 사용했다. 병에 제비가 들어있는 비율은 편향돼 있었는데, 병은 투명해서 어떤 색 제비가 어느 병에 많이 들어있는지 밖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첫 실험에서 실험자는 각각의 병에서 하나의 제비를 빼서 주먹을 내보인 뒤, 어떤 색인지 모르게 한 상태에서 앵무새가 부리를 이용해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검은 제비를 선택했을 때만 간식을 줬다. 이를 20회 반복한 결과, 케아 앵무들은 우연 이상의 확률로 (검은 제비를 선택해) 간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투명한 통 안에 있는 막대들의 비율을 바꿔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또 병의 일부를 덮거나, 병을 칸막이로 구분하고 확률 예측을 어렵게 해도 앵무새는 정답의 확률이 많은 편을 선택했다. 검은색 제비가 들어있을 확률이 높은 쪽을 고른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실험자가 검정색 제비가 많은 병에서 무작위로 제비를 뽑는 모습을 보여준 뒤, 두 번째 실험자가 검은색 제비가 적은 병속에서 검은색 뽑기를 잘 찾는 모습을 앵무새에게 보여줬다. 즉, 첫 번째 실험자보다 두 번째 실험자가 검은색 제비를 잘 찾는 상황을 연출한 것. 그리고 어떤 사람이 검은색의 제비를 갖고 있는지를 맞추게 했다.

그 결과 케아 앵무는 병에 든 제비의 비중에 속지 않고, 검은색 제비를 잘 찾은 사람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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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토스 씨는 이 결과에 대해 “실험에서 케아 앵무의 성적은 그들의 지성이 유연하며 특정 상황 등에 의존하지 않는 영역 일반성(Domain-general learning)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과거에는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유아나 영장류에서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앵무새와 유인원이 3억1천20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것을 생각하면 케아에서 높은 수준의 지식 통합(Knowledge integration)이 관찰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케아 앵무의 지능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개발과 발전에도 기여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테일러 씨는 논문은 “우리 연구는 지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공적인 영역에서 일반성의 사고 과정을 개발하는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