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54개 위성 중 두 번째로 큰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는 메탄 성분의 비가 내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구에서 약 390광년 떨어져 있는 행성에서 쇠 비(iron rain)가 내린다는 사실이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진이 초고온 행성 WASP-76b에 쇠 비가 내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발간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목성 크기의 WASP-76b에서 낮이 밤으로 바뀔 때 물이 아닌 철 성분이 가득한 비가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으로 이 행성을 60일 간 관찰한 내용이다. 천문학자들은 초거대망원경의 특수 분광학 장치인 에스프레소 (ESPRESSO)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행성에서 방출 된 빛의 흡수를 연구하고 극도로 높은 철분 비 현상을 발견했다.
WASP-76b는 달이 지구의 한쪽만을 바라보며 도는 것과 같이 항성 WASP-76의 한쪽을 향하며 공전하는 행성이다. (▶영상 보기) 때문에 이 행성의 한 쪽 면은 섭씨 2100도 이상으로 온도가 높고, 철과 같은 금속이 증기로 변해 증발하게 된다. 또, 빛을 받지 못하는 뒷면의 온도는 1500도 정도로 행성의 뜨거운 면과의 극심한 온도차로 인해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연구진은 에스프레소 장비를 사용해 행성의 낮이 밤으로 변할 때 철 성분이 가득한 증기 신호를 감지했고, 반면에 행성의 밤이 낮으로 변할 때는 이런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이 행성의 밤에 쇠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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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은 밤에 비가 내린다. 그 비는 쇠 비다”고 해당 논문 주요저자 스위스 제네바 대학 교수데이비드 에렌라이히(Ehrenreich)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번 관측은 태양과 유사한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을 탐지하도록 개발됐던 에스프레소 장비의 첫 번째 관측이다. 연구진은 에스프레소가 향후 강력한 망원경과 결합하여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