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7부 - 독일 Smart Service Welt 전략의 국내 혁신 성장 사업에 대한 시사점

전문가 칼럼입력 :2020/03/12 08:28

김은희 전남대 경영학부 기술경영 교수
김은희 전남대 경영학부 기술경영 교수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의 후속 전략으로 제안한 스마트 서비스 벨트는 디지털 플랫폼의 단계적 구축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 플랫폼을 구성하는 기술적 세부 소프트웨어 모듈들을 테스트 및 완성하여, 이를 새로운 경쟁력 있는 수출 분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즉, 스마트 기계 및 설비를 디지털 상에서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기에 장악하고,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스마트 서비스 분야를 선점하여 주도함으로써 디지털 생태계에서 향후 독일의 경쟁력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독일 스마트 서비스 벨트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서비스 벨트는 인더스트리 4.0의 스마트 팩토리 비전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디지털 생태계 내에서는 기존에 제조와 서비스로 양분되었던 비즈니스는 제품 개발에서 제조, 판매, AS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스마트 서비스를 활용하는 제조+서비스 일체형으로 변화될 수 있고, 또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영역들이 창출될 수 있다. 즉, 스마트 제품 내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물리적인 제품, 부품, 기기 및 기계, 설비를 포함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마트 제품과 스마트 서비스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연결되게 하려면 디지털화된 기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제조 단계에서 이용 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부품, 기계, 설비, 제품의 이용 정보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스마트 데이터로 변환, 정제되는 과정은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수적이다. 제조 과정부터 출고 이후 위치와 위치 이력, 제품 상태, 주변 환경 등의 정보가 꾸준히 모니터링되고, 이 데이터는 또 다시 제품 개발 단계에서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반영된다. 제품의 판매에 있어서도 고객 요구에 맞는 새로운 고객 대응 방법이 시도되고 서비스 역시 원스톱, 원격, 예방, 예측, 증강현실 등으로 다양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품 중심의 사후적 서비스에서 이용자 중심의 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화는 제품 공급자에게 큰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수행하기에 제조기업 자신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이 하루 아침에 디지털화된 기반을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스마트 제품은 흔히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다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실시간으로 조합되고 결합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협력은 다음과 같은 3단계의 기술적 인프라를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다([그림] 참조). 첫 번째 단계로 Networked Physical Platform에서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반의 물리적인 제품, 기계, 설비, 부품들이 상호 연결되고 여기서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수집된다. 두 번째 단계인 Software-defined Platform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수집된 빅데이터가 분석되어 수요 맞춤형 스마트 데이터로 정제되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인 Service Platform에서 제품, 공급자, 서비스 제공자 및 고객이 모두 연결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서비스,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3단계의 플랫폼 인프라로 구현되는 디지털 생태계는 숙련된 인력에 의해 구축되고 운영될 수 있으므로 스마트 인재의 확보는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요건이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범죄와 같은 잠재적인 공격의 가능성에 대비한 보안과 데이터의 보호 강화 역시 디지털 생태계 구축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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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디지털 인프라 Layer Model. (출처=acatech(2015))

스마트 서비스 벨트 전략은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인더스트리 4.0과 함께 독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실행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1년에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결정을 발표한 바로 다음 해인 2012년에 스마트 서비스 벨트 추진이 결정되고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 지원 프로그램인 스마트 서비스 벨트 I, II 를 통해 38개의 프로젝트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 벨트 I(2016년 ~ 2019년)에서는 제조를 비롯한 에너지, 의료, 자동차, 라이프 분야에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신기술을 테스트하고 프로토타입 솔루션의 개발을 위한 2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후속 프로그램인 스마트 서비스 벨트 II(2018년 ~ 2021년)에서는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의 개발과 농촌 및 소도시 지역의 디지털화에 중점을 둔 18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독일의 스마트 서비스 벨트 I, II 프로그램 내의 개별 프로젝트와 유사한 내용들의 사업들이 국가 혁신 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의 내용상 유사성은 있을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화의 중요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디지털 경제로의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제조와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향후 독일의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독일의 국가적인 비전은 스마트 서비스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 추진 비중에 있어 한국과 큰 대비를 이루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물론 독일 역시 완성 단계는 아니다. 독일 내에서도 기존에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조차도 매력적이고 유연한 스마트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로 방향을 바꾸는 것에 대해 여전히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준비 정도가 높은 수준에 이른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의 스마트 서비스화 추진 과정은 단계적인 절차를 하나씩 밟으며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도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 서비스를 우리 혁신 사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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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전남대 경영학부 기술경영 교수

(현)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연구개발특구위원회 위원,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전남대 MOT MBA 주임교수,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했으며,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초빙연구원, EDS Korea 비즈니스 분석가, LG EDS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화여자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해 서울대 기술경영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