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다와 케이뱅크가 벼랑 끝에 선 이유

기득권과 관성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

기자수첩입력 :2020/03/10 14:39

타다와 케이뱅크는 사업을 접거나 혹은 축소해야 하는,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하는 벼랑 끝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

타다는 '타다금지법'으로 알려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면허를 사거나 자격 여건을 갖춰야 합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은행 구실을 하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케이뱅크는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은행이라는 슬로건과 다르게 '식물은행'으로 머물러야 하는 상태다.

타다 차량. (사진=VCNC)

혁신의 아이콘처럼 불렸던 타다와 케이뱅크는 어쩌다 이런 처지에 놓였을까. 두 기업은 관성(慣性)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하던 데로, 하던 테두리 안에서, 이제까지 해온 대로'라는 관성이 아직은 사회에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용인된다. 여객운수법에 따라 면허를 보유한 자만 여객운수업(택시 등)을 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회사는 은행도 불건전하게 운영할 것이라는 일종의 관성이 더 컸던 셈이다.

관성은 무게가 클 수록 더 유지된다. 안락함과 이해관계는 변화보다 더 무겁다. 택시운송노동자와 재벌이나 사기업을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 결집하지 않는 표심은 정치인의 이해관계를 자극했다. 정치인은 관성을 택했다. 택시노동자와의 반발, 반기업 정서를 가진 자들의 규탄을 듣고 싶지 않았던 정부도 안락함을 선택했다.

혁신을 외쳐왔던 정치인, 정부 입법 관계자들은 결국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법제사법위원회서 "로비한 건 다 알겠는데 이 정도만 해달라"고 의원들의 발언을 자중시키기도 했을까.

케이뱅크.(사진=지디넷코리아)

불행하게도 이 두 기업이 또 닮은 점이 있다. 이번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관성이 속도를 내거나 줄이지 않도록 일정 속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보편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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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에 대해 일부는 아주 좋은 서비스라고 바라보지만,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은 경제 혹한기에 국민적 정서 유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케이뱅크도 아주 좋은 은행이고 편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갑질로 큰 KT라는 수식어(한 국회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이 같이 정의했다)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돌아봐야 한다. 기존 법 규정이 정말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혁신인 척하면서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는지를. 관성과 보편성은 혁신을 불러오지 못한다. 혁신은 원래 하던 것을 바꿀 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