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입국장벽에 韓 스마트폰 '플랜B' 착수

삼성·LG·부품사 "개발·물류 등 중장기 대책 집중"

디지털경제입력 :2020/03/03 18:23    수정: 2020/03/03 18:26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항공편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지 사업을 두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제품 개발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중장기 대책을 짜고 업무 시스템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베트남 민간항공청은 현지시간으로 3일 오후 6시부터 오는 6월 4일까지 한국발 모든 여객기는 번돈공항과 푸깟공항만 이용할 수 있다고 고시했다. 두 공항은 한국 국적 항공사가 취항한 적이 없는 곳으로 항공편이 전면 중단되는 것과 다름없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한국 국민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 허용도 임시 중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스마트폰 최대 생산 기지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 연간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 수준인 1억5천만대 가량을 생산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현지 주재원과 화상회의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에는 베트남 하노이 R&D 기공식도 취소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사업장은 이미 10년 넘게 노하우가 쌓인 곳이어서 현지 주재원들을 중심으로 운영해도 크게 영향은 없다"며 "다만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부분 때문에 출장이 쉽지 않아진 데다 항공 제한에 따라 필수인력이 갈 수 있도록 방안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통합 이전해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일찍이 베트남 등 일부 국가를 출장 금지 지역으로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 영향이 크진 않지만, 사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부품 수급 등에 대해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현지 주재원들이 있어 자체적으로 출장을 금지할 정도로 여력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제 중장기적 측면에서 강제적으로 입국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해 부품 수급 확보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해놓고 생산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LG 베트남 근처에 공장을 두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정부는 승객 없이 승무원만 타고 오는 화물기 착륙은 허용하고 있어 물류 이동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업체 전반적으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물류 자체가 증량되면서 간혹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초 코로나19 사태 초반과 비교해 변화도 생겼다. 기존에는 중국에서의 부품 수급을 우려했지만, 현재는 한국에 대한 위기 경보가 강화되면서 물류에서 나아가 인력 이동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부품 업계의 설명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하던 개발 업무도 한국에서 진행하는 등 일부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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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품 수급 문제는 현지 공장 가동이 하나둘 재개되면서 지난 달 말부터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이제는 인력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업무 방식이 달라졌다"며 "화상회의는 늘 있는 일이고, 개발인력이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게 힘들어지면서 신규 모델에 대한 개발을 한국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품질을 관리하는 사람을 베트남에 보내지 못하면서 양산 관리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물류의 경우 여객기로 보내던 자재를 화물기로 보내는 곳이 늘어남에 따라 간혹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화물기 증편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